지난 8월 5일, LH가 서울 영등포구 도림1구역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와 사업시행약정을 체결했습니다. 6월 4일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지 두 달 만입니다. 정비사업에서 '두 달'이라는 시간은 흔치 않습니다. 같은 단계에서 반년, 1년을 흘려보내는 구역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소식을 "공공재개발이 빨라졌다"로 바로 읽기에는 이릅니다. 수도권 공공재개발 20곳의 진도표를 함께 놓고 봐야 이 두 달의 의미가 제대로 잡힙니다.
도림1구역, 숫자부터 정리하면
사업지는 영등포구 도림동 일대 약 10만7000㎡입니다. 계획 물량은 2500가구, 용적률은 300% 이하, 최고 높이는 150m로 45층까지 계획돼 있습니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약 500m 거리입니다.
시간표는 이렇습니다. 2025년 1월 8일 정비구역 지정고시, 2026년 6월 4일 LH의 사업시행자 지정 및 주민대표회의 구성, 8월 5일 사업시행약정 체결. 다음 일정은 연내 시공자 입찰공고, 2027년 초 시공자 선정이 목표입니다. 설계에는 영등포역에서 이어지는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와 공공개방 커뮤니티시설, 최상층 스카이커뮤니티가 담겼습니다.
'약정'이 왜 중요한 단계인가
공공재개발은 민간 조합 대신 LH나 SH 같은 공공이 사업시행자를 맡는 방식입니다. 주민 조직은 조합이 아니라 주민대표회의 형태로 꾸려지고, 이 주민대표회의와 공공시행자가 사업시행약정을 맺어야 실무가 본격적으로 돌아갑니다.
약정에는 사업 조건, 비용 부담 방식, 주요 의사결정 절차가 담깁니다. 여기서 합의가 늦어지면 시공자 선정도, 사업시행계획 인가도 줄줄이 밀립니다. 반대로 약정이 매듭지어지면 시공자 입찰이라는 다음 관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도림1구역이 사업시행자 지정 두 달 만에 이 단계를 통과했다는 것은, 적어도 주민 내부의 이견이 사업을 붙잡아 두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20곳의 성적표는 아직 앞자리에 몰려 있습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수도권 공공재개발 사업지는 20개 구역, 면적 약 141만㎡, 공급 계획 약 3만5000가구 규모입니다. 단계별로 보면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간 곳이 신설1구역과 거여새마을 등 2곳, 시공사 선정을 마친 곳이 장위9구역 등 5곳, 정비구역 지정을 끝낸 곳이 신길1구역 등 7곳, 나머지 6곳은 정비계획 입안을 마쳤거나 준비 단계입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통상 12년가량 걸리는 민간 정비사업과 비교하면 6년 이상 단축된다는 것이 공공 측 설명이고, 가장 앞선 신설1구역은 2022년 말 지정 이후 약 5년 4개월 만에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상 24층 299가구 규모로 2029년 말 입주가 목표입니다.
다만 20곳 중 13곳이 여전히 구역지정 직후이거나 그 이전 단계라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합니다. "공공재개발은 빠르다"가 아니라 "앞선 몇 곳이 빠르다"가 지금의 정확한 표현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볼 세 가지
첫째, 다음 시험대는 공사비입니다. 도림1구역은 연내 입찰공고를 내고 2027년 초 시공자를 뽑는 것이 목표인데, 최근 몇 해 공사비 상승으로 유찰이 반복된 구역이 적지 않았습니다. 입찰공고에 응찰이 붙는지, 예정 공사비가 시장 눈높이와 맞는지가 첫 관문입니다.
둘째, 권리 조건은 민간과 다릅니다. 공공시행 방식은 분양자격과 분담금 구조, 그리고 매수 시 조합원(분양대상자) 지위가 승계되는지 여부가 민간 조합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매수를 검토한다면 권리산정기준일과 분양대상자 요건을 구역별 고시문으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중개 현장의 설명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변수가 많은 영역입니다.
셋째, 45층·용적률 300%는 확정 물량이 아니라 심의를 통과한 계획치입니다. 설계와 인허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대수와 평형 구성이 조정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계획 단계의 숫자를 시세 계산의 고정값으로 삼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리하면, 이번 약정은 결승선이 아니라 중간 기록입니다. 도림1구역을 지켜보신다면 다음 체크포인트는 연내 시공자 입찰공고이고, 공공재개발 전반을 보신다면 초기 단계 6곳이 언제 구역지정으로 넘어가는지가 이 방식의 진짜 속도를 말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