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비드에 평소와 다른 매물이 올라왔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서울 강남구 코원타워를 포함한 기업 부동산 17건, 약 3670억 원어치를 순차 매각합니다. 첫 입찰은 11월 2~3일에 진행됐고 개찰은 4일입니다. 남은 물건은 12월까지 차례로 입찰에 부쳐집니다. 세금을 못 낸 사람의 재산을 파는 압류재산 공매가 아닙니다. 자금난을 겪던 기업을 도우려고 캠코가 사들였던 자산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매각입니다. 같은 온비드에서 같은 주에 입찰하지만 규칙은 꽤 다릅니다.
기업이 '되사지 않은' 자산입니다
이번 물건은 모두 캠코의 '자산매입 후 임대(S&LB, Sale & Lease Back)' 프로그램에서 나왔습니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막힌 중소·중견기업의 사옥이나 공장을 캠코가 사 주고, 그 기업에 다시 임대해 영업을 이어가게 하는 제도입니다. 기업에는 나중에 자산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이 주어집니다. 캠코는 2015년부터 163개 기업에 모두 2조5718억 원을 이 방식으로 지원했습니다.
이번 17건은 그 우선매수권이 포기되거나 실효된 자산입니다. 원래 주인이 되사지 않기로 했거나 되살 수 있는 기한이 지났다는 뜻입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도권 6건: 강남 코원타워, 물류창고, 오피스 빌딩 등 - 비수도권 11건: 오피스 빌딩 4건, 공장 7건
17건의 평균 규모는 단순 계산으로 200억 원을 넘습니다. 개인 실수요자보다는 법인, 자산운용사, 실사용 목적의 기업이 주로 관심을 가질 물건입니다. 캠코는 매각 대금을 다른 위기 기업 지원에 다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압류재산 공매와 무엇이 다른가
같은 기간 온비드에서는 압류재산 2521건(7013억 원)의 공매도 진행됩니다. 이름은 둘 다 '캠코 공매'처럼 보이지만 인수 조건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 구분 | 압류재산 공매 | 이번 기업지원 자산 | |---|---|---| | 매각 이유 | 체납 세금 징수 | 지원 목적 달성 후 회수 | | 권리관계 | 저당권 등은 매각으로 소멸, 임차권 등은 대항력에 따라 소멸 또는 인수 | 기존 임대차계약 등 현재 권리관계를 포함한 현 상태로 매각 | | 입찰 전 취소 | 체납자가 세금을 내면 취소될 수 있음 | 해당 사유 없음 |
핵심은 '현 상태 매각'이라는 조건입니다. 법원경매나 압류재산 공매에 익숙한 투자자는 매각되면 대부분의 권리가 정리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번 물건은 임대차가 그대로 따라옵니다. 캠코는 신규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데 제약이 없는 물건만 골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선매수권 같은 걸림돌은 없앴지만 기존 임차인과 맺은 계약은 남는다는 뜻입니다. 공실인 물건도 섞여 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임대 중인 물건은 계약서가 곧 가격입니다. 임차인이 남아 있다면 인수 후 현금흐름은 임대료, 보증금, 남은 계약기간, 관리·운영비가 결정합니다. 직접 쓸 목적이라면 언제 비워서 들어갈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계약이 몇 년 남은 건물은 싸게 사도 당장 쓸 수 없습니다.
둘째, 공실 물건은 왜 비었는지 확인하세요. 원래 기업이 되사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해당 입지에서 그 용도의 수요가 약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비수도권 오피스와 공장은 주변 임차 수요와 대체 용도를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예정가격과 세부 정보는 공고문에서만 확인됩니다. 보도자료에는 물건별 예정가격, 유찰 시 처리 방식, 임차 현황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온비드의 '기타재산 → 기타일반재산' 메뉴에서 물건별 공고를 열어 보고, 공부(등기부·건축물대장)와 현장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넷째, 4일 개찰 결과가 첫 시장 반응입니다. 개찰 결과가 공개되면 강남 오피스와 수도권 물류창고에 실제로 얼마의 입찰가가 붙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온도를 가늠할 공개 자료입니다. 유찰이 이어지는 물건이 많다면 12월까지 남은 회차에서 가격 조건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지켜볼 만합니다.
공매라는 이름이 같아도 모든 물건이 같은 규칙으로 팔리지는 않습니다. 이번 17건은 싸게 사서 권리를 정리하는 물건이 아니라, 현재 상태 그대로 넘겨받는 물건입니다. 숫자보다 계약서를 먼저 읽는 쪽이 유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