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습니다. 7월에 이어 두 회의 연속 인상입니다. 배경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숫자는 8일 앞서 발표된 2분기 가계신용이었습니다. 잔액 2019조8000억 원.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었고, 한 분기에만 25조9000억 원이 불었습니다. 2021년 3분기 이후 4년 9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입니다.
그런데 이 25조9000억 원을 쪼개 보면, 부동산 실수요자가 예상했던 그림과 다릅니다.
25조9000억의 내역 — 주담대는 절반이 아니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 외상)으로 나뉩니다. 이번 분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 원으로 24조9000억 원 늘었고, 판매신용은 9000억 원 증가에 그쳤습니다. 사실상 전부가 대출입니다.
가계대출을 다시 쪼개면 이렇습니다.
- 주택담보대출 1190조8000억 원, 분기 중 12조2000억 원 증가 - 기타대출(신용대출 등) 700조5000억 원, 분기 중 12조8000억 원 증가
주담대보다 기타대출이 더 늘었습니다. 기타대출 증가폭 12조8000억 원은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입니다. 한국은행은 그 배경으로 주식 투자 자금 수요를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증권사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의 대출 잔액이 540조3000억 원으로 8조6000억 원 늘며, 예금은행(13조3000억 원 증가) 다음으로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조1000억 원 증가에 그쳤습니다.
주담대 증가분 12조2000억 원에 대해서도 한은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를 서두른 수요"와 "기분양 주택 중심의 집단대출"을 원인으로 설명했습니다. 즉 신규 매수 열풍이라기보다, 시한이 정해진 세제와 이미 계약된 분양 잔금이 밀어 올린 부분이 상당합니다.
왜 중요한가 — 명분과 청구서가 갈린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금리를 올리는 정책은 경제 전체에 한 번에 적용되지만, 그 비용을 누가 더 무겁게 지는지는 부채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신용대출은 만기가 짧고 금액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시장이 꺾이면 개인이 스스로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30~40년 만기에 수억 원 단위이고, 중도상환이든 매각이든 빠져나오는 데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한 번 오른 금리는 실수요자의 가계부에 훨씬 오래, 훨씬 깊이 남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변동금리 3억 원을 빌린 차주는 0.25%p 인상만으로 연 이자가 약 75만 원 늘어납니다. 현재 시중 주담대는 변동금리가 연 3% 후반~4% 초반, 고정금리는 4% 이상에서 형성돼 있습니다. 7월과 8월 두 차례 인상분이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를 거쳐 반영되는 데는 통상 1~3개월의 시차가 있습니다. 아직 청구서가 도착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 3.25라는 숫자
이번 금통위에서 주목할 대목은 결정 그 자체보다 신호였습니다. 7명의 위원 중 6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만 동결 의견을 냈습니다. 그리고 향후 6개월 시계의 금리 점도표 중간값으로 3.25%가 제시됐습니다.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한은은 동시에 성장률 전망을 대폭 올렸습니다. 2026년 3.3%(기존 2.6%에서 0.7%p 상향), 2027년 2.9%입니다. 경기가 버텨준다는 자신감이 인상의 여지를 넓혔다는 뜻입니다. 신현송 총재는 "모든 회의는 라이브"라며 10월 회의 전까지 소비자물가와 GDP 잠정치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실제로 체크할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본인 대출의 금리 재산정일입니다. 변동금리 차주는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금리가 갱신됩니다. 다음 갱신일이 언제인지, 그 시점에 두 차례 인상분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은행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입니다.
둘째, 이주비·사업비 대출 금리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조합의 사업비 이자와 이주비 대출 부담으로 곧장 전가됩니다. 사업 기간이 길수록 누적 부담이 커지므로, 조합 총회 자료의 금융비용 항목을 이번 분기에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임의경매 물건 추이입니다. 금리 인상이 연체와 경매 신청으로 이어지는 데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차가 있습니다. 지금 법원경매 물건 수가 조용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2027년 상반기 물건 흐름의 씨앗은 지금 뿌려지고 있습니다.
가계빚 2000조 원 돌파는 헤드라인이 되기 좋은 숫자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 주담대와 기타대출이 거의 같은 속도로 늘었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인상의 명분에는 부동산 아닌 몫이 절반가량 섞여 있고, 청구서는 만기가 긴 쪽이 더 오래 받게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 전망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3.25%가 현실이 됐을 때 내 원리금이 얼마가 되는지 계산해 두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