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내놓은 6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은, 숫자 하나로 요약됩니다. 경기도 전용 84㎡(국민평형)의 평균 분양가가 9억3803만원. 전월보다 1.6% 올랐고, 10억원까지 6197만원 남았습니다. 인천은 7억2630만원, 부산은 9억2075만원으로 각각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전국 ㎡당 평균 분양가는 857만원,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같은 달, 시장에는 물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7월 전국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3만1311가구. 작년 7월(2만308가구)보다 54% 많고, 그중 67%인 2만857가구가 수도권입니다. 경기 한 곳에만 1만6983가구가 몰려 있습니다.
가격은 역대 최고인데 물량은 역대급으로 늘어난 달. 이 조합이 왜 중요한지가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청약의 전제는 '싸게 산다'였다
청약이 수십 년간 자산 형성의 사다리로 작동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았기 때문입니다. 분양가상한제 단지가 시세의 70~80% 선에서 공급되니, 당첨 자체가 억 단위 차익이었습니다. 시장이 이를 '안전마진'이라 불러온 것도 그래서입니다. 안전마진이 있는 한, 청약은 계산이 필요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전제가 지역별로 갈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현재 강남3구·용산 등 규제지역과 공공택지에 한정됩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민간 택지에서는 분양가가 공사비·금융비용·토지비를 따라 자유롭게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상승 속도가 시세 상승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권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1년 새 27.2%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그만큼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은 이미 5월 말 기준 3.3㎡당 6355만원으로 HUG 통계 사상 처음 6000만원대에 진입했습니다. 동작구 노량진8구역 '아크로 리버스카이'가 평당 7733만원, 흑석11구역 '써밋 더힐'이 8540만원. 전용 84㎡ 20억원이 더 이상 강남만의 숫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평균값의 함정 — 무엇을 봐야 하는가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HUG의 분양가 통계는 최근 12개월 이동평균입니다. 이번 달 분양한 단지 하나의 가격이 아니라, 지난 1년치 공급을 평균 낸 값입니다.
이 통계 방식이 만드는 착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한 달 새 8.85%가 뛴다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서울이 5월에 그랬습니다. 이동평균이 한 달에 9% 가까이 움직이려면, 그달에 유난히 비싼 단지가 통계에 새로 들어오고 1년 전 싼 단지가 빠져나가야 합니다. 즉 지수의 급등은 '서울 전체가 9% 올랐다'가 아니라 '이번에 나온 단지가 유독 비쌌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둘째, 반대로 지방의 하락도 같은 이유로 해석해야 합니다. 대구가 11.0% 내린 것(㎡당 1136만원→1011만원)은 대구 집값이 떨어져서라기보다, 저렴한 단지가 새로 공급됐거나 비싼 단지가 통계에서 빠진 결과일 수 있습니다. 제주가 23.2% 급등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봐야 할 것은 지수가 아니라 개별 단지의 분양가와 인근 실거래가의 격차입니다. 관심 단지의 3.3㎡당 분양가를, 반경 1km 내 준공 5년 이내 아파트의 최근 3개월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하십시오. 그 차이가 마이너스이거나 5% 이내라면, 그것은 안전마진이 없는 청약입니다.
물량이 늘 때 드러나는 것
공급이 적을 때는 비싼 분양가도 소화됩니다.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량이 몰리는 달에는 다릅니다. 수요자가 단지를 고르기 시작하고, 그때 가격 저항선이 어디였는지가 경쟁률로 드러납니다.
7월 수도권에 2만가구가 풀리는 지금이 바로 그 시험대입니다. 이미 신호는 있습니다. 올 상반기 10대 건설사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9.76대 1, 그 외 건설사는 2.17대 1이었습니다. 4.5배 격차입니다. 같은 시장 안에서 어떤 단지는 두 자릿수 경쟁률을 쓰고, 어떤 단지는 미달을 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청약은 이제 '넣고 보는' 자동 이득이 아닙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규제지역 단지에서는 여전히 안전마진이 살아 있고, 경쟁률도 그만큼 높습니다. 반면 상한제 밖의 고분양가 단지는 시세와 거의 같은 값에 새 아파트를 사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 자체가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이며, 계산법이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당첨 여부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이 단지에 상한제가 적용되는가, 그리고 인근 실거래가와의 격차는 얼마인가. 그 두 줄을 채우지 못한 청약은, 통장을 쓰는 게 아니라 태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