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의 온도를 재는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지역이냐"가 당첨 확률을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같은 지역 안에서도 "누가 짓느냐"가 결정합니다. 2026년 상반기 전국에서 5만2963가구가 분양됐고 1순위 통장 28만3619건이 접수됐습니다. 이 숫자를 시공사 기준으로 갈라보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10대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9.76대 1, 그 밖의 건설사 단지는 2.17대 1이었습니다. 4.5배 차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 격차가 약 2배였습니다. 1년 만에 두 배로 벌어진 셈입니다.
격차가 벌어진 자리에 무엇이 있었나
상반기 1순위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8곳이 10대 건설사 브랜드였습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가 1099.10대 1, '오티에르 반포'가 710.23대 1을 기록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지방 단지 절반 이상이 1대 1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4~5월 전국 79개 민간 단지 평균 경쟁률은 6.19대 1이었지만, 이 평균은 서울의 세 자릿수와 지방의 미달을 섞어 만든 숫자입니다. 평균만 보면 시장이 미지근해 보이고, 나눠 보면 한쪽은 끓고 한쪽은 얼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쏠림이 '지역 프리미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생활권, 비슷한 분양가에서도 시공사 브랜드에 따라 통장이 몰리는 방향이 갈립니다. 업계에서 꼽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공사비 인상에 따른 사업 중단 우려, 입주 지연 리스크, 그리고 준공 후 환금성입니다. 앞의 둘은 "제때 지어질 것인가"에 대한 불안이고, 마지막 하나는 "나중에 팔릴 것인가"에 대한 계산입니다. 청약자가 분양가만이 아니라 시공사의 재무 체력까지 따지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미분양 지도가 뒤집히고 있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6만5239가구로 전달(6만5179가구)과 거의 같습니다. 총량만 보면 정체입니다. 그런데 안을 보면 수도권이 1만8601가구로 7.5% 늘었고, 지방은 4만6638가구로 2.6% 줄었습니다. 그동안 '지방 미분양'이 공식처럼 통했지만, 최근 증가분은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착공은 전년 대비 49.3%, 분양은 30.4% 늘었습니다. 공급이 다시 밀려 나오는 국면입니다. 늘어난 물량 중 브랜드·입지 조건을 갖추지 못한 단지가 어디로 흘러갈지가 하반기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경쟁률이 낮아진 단지가 곧 '저평가'는 아닙니다. 미달은 시장이 그 가격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고 답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경쟁률이 낮은 단지를 볼 때는 그 이유를 분리해서 보십시오. 분양가가 시세에 붙어 안전마진이 없어서인지, 입지가 약해서인지, 시공사 리스크 때문인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다릅니다. 앞의 둘은 시간이 해결할 여지가 있지만, 셋째는 계약 이후에 손쓸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둘째, 시공사의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시공능력평가 순위, 최근 회사채 발행 여부, 진행 중인 현장의 공정률 공시는 모두 공개 자료입니다. 브랜드 프리미엄에 웃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완공 리스크의 가격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셋째, 특별공급 자격이 있다면 지금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간입니다. 전체 경쟁률이 내려간 시장에서 비10대 건설사 단지의 2.17대 1은 특공 물량에서 더 낮아집니다. 다만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은 같은 단지에서 중복 신청이 불가하니, 어느 쪽에 통장을 쓸지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시장 전체의 열기가 식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식은 것은 평균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이 국면에서 통장의 값어치는 "얼마나 오래 부었나"보다 "어디에 쓰느냐"로 결정됩니다. 브랜드가 만든 4.5배의 벽 앞에서, 그 벽을 넘을 것인지 우회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