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 '강동가든'(옛 삼익맨션)은 지난 7월 2일 재건축 통합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조합은 오는 10일 사업시행계획안을 접수합니다. 언뜻 평범한 행정 절차 같지만, 이 일정에는 '이틀'이라는 절박한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이 구역의 정비구역 일몰 기한이 7월 12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기한을 넘겼다면 990가구, 최고 39층으로 다시 서겠다는 계획 자체가 백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재건축에도 사실상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이 단지가 아슬아슬하게 보여줬습니다.
일몰제란 무엇인가
정비구역 일몰제는 구역으로 지정된 뒤 조합 설립·사업시행인가 같은 핵심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면, 시·도지사가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데도 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가 막히는 주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문제는 방향이 반대로도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오래 준비해 온 조합 입장에서 일몰은 '보호'가 아니라 사업을 통째로 지우는 시한폭탄입니다. 게다가 법제처 해석상 일몰 연장은 원칙적으로 1회만 허용됩니다. 한 번 미뤄둔 시계는 다시 미루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삼익맨션이 심의와 접수 일정을 기한에 딱 맞춰 밀어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하는 동'을 빼고 가다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갈등을 넘어선 방식입니다. 조합은 동의가 모이지 않은 5동(1개 동)을 법원의 토지분할 판결로 떼어내고, 나머지 10개 동만으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전원 합의를 기다리다 기한을 넘기는 대신, 반대하는 한 동을 분리해 구역을 지켜낸 것입니다.
이는 '만장일치가 안 되면 멈춘다'는 통념을 흔드는 장면입니다. 다만 토지분할은 소송과 별도 절차가 따르는 강수인 만큼, 모든 단지가 따라 할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내 단지에 반대 세력이 있다면 '분할이라는 카드가 실제로 가능한 위치인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다음은 어디인가 — 넷 중 하나의 경고
이 이야기가 한 단지의 무용담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일몰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한 정비구역은 34곳, 이 가운데 약 24%(넷 중 하나)가 다시 일몰 위기에 놓입니다. 올해 연장 기간이 만료되는 곳으로는 삼익맨션 외에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잠실우성 1·2·3차, 자양7구역 등이 거론됩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지난 6월 18일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고비를 넘겼습니다.
반면 압구정·반포·잠실·여의도 등 '아파트지구'로 묶인 서울 주요 10여 곳은 일몰제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유효기간 없이 효력이 유지돼, 같은 재건축이라도 규칙이 다릅니다. 제도의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정비사업 물건을 볼 때 흔히 '얼마나 올랐나'를 먼저 봅니다. 하지만 장기 지연 구역이라면 일몰 기한이 언제이고, 연장을 이미 썼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해당 구역의 최초 지정일과 연장 이력(1회 소진 여부). 둘째,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등 '핵심 단계' 도달 여부 — 이 단계에 닿아야 일몰을 피합니다. 셋째, 조합 내부 갈등이나 소송 유무. 시세보다 시계를 먼저 보라는 뜻입니다. 기한을 넘겨 구역이 해제되면, 그동안 투입된 비용은 조합원 부담으로 남고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재건축의 진짜 리스크는 값이 아니라 시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