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에서 이주비는 오래도록 '공짜에 가까운 돈'으로 여겨졌습니다. 낡은 집을 비우고 새 아파트를 기다리는 몇 년간, 시공사가 낮은 금리로 전셋값을 대신 융통해 주는 다리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2026년 7월, 그 다리의 통행료가 조용히 바뀌었습니다. 여의도의 한 재건축 단지가 은행들로부터 받은 이주비 제안서에서 가장 낮은 금리가 3.9%, 나머지는 모두 4%대였습니다. 강남의 이른바 '초우량 입지' 단지도 사정은 같았습니다. 입지로도, 브랜드로도 더는 4%를 비껴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자가 분담금과 맞먹는다는 말
숫자로 보면 체감이 분명해집니다. 여의도의 한 조합원은 기본 이주비 5억원에 시공사가 제시한 추가 이주비 10억원을 더해 15억원을 빌릴 경우, 6년간 이자비용만 약 4억5000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추가 분담금 수준"입니다.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이미 목돈의 분담금을 낼 각오를 했는데, 그와 비슷한 크기의 청구서가 이자라는 이름으로 한 장 더 날아드는 셈입니다.
이자가 이렇게 불어난 데는 두 갈래의 힘이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조달금리의 바닥이 올라간 것입니다. 이주비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해 9월 2.49%에서 올 6월 2.90%로 올라섰습니다. 여기에 은행이 얹는 가산금리가 1.1~1.2%포인트, 그렇게 기본 이주비가 4%대에 안착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추가 이주비의 구조입니다. 시공사가 기본 한도 위로 더 얹어주는 추가 이주비에는 기본 금리에 다시 1.5%포인트 안팎이 붙습니다. 앞서 조합원이 빌린 10억원의 추가분이 이자 부담을 키운 핵심이었던 이유입니다.
규제와 금리, 두 개의 문이 동시에 좁아졌다
앞선 칼럼에서 우리는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구역 43곳 가운데 39곳이 대출 규제로 발이 묶였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1주택자는 LTV 40%, 다주택자는 사실상 0%, 한도는 6억원. 문제는 이 '빌릴 수 있느냐'의 문과, 오늘 이야기한 '빌리면 얼마를 무느냐'의 문이 동시에 좁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도가 깎여 필요한 돈을 채우려면 금리 높은 추가 이주비에 더 기대야 하고, 그 추가분은 다시 이자를 끌어올립니다. 규제와 금리가 서로의 부담을 밀어 올리는 구조인 셈입니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얹힙니다. 이주비 금리는 대부분 6개월 주기의 변동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지금 계약한 4%가 만기까지의 최저치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는 복리처럼 체감이 무거워집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챙겨야 할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첫째, 프리미엄이 아니라 총부담을 계산하세요. 입주권 시세를 볼 때 분담금뿐 아니라 예상 이주 기간 동안의 이자까지 더한 '실투자금'으로 따져야 합니다. 15억을 빌리는 사례에서 이자 4억5000만원은 프리미엄을 통째로 갉아먹을 수 있는 크기입니다.
둘째, 조합·시공사 계약의 이주비 조건을 확인하세요. 기본과 추가 이주비의 금리 차, 변동·고정 여부, 이자 부담 주체(조합이 대납하고 정산하는지, 조합원이 직접 내는지)에 따라 실제 무게가 크게 달라집니다.
셋째, 사업 속도를 봐야 합니다. 서울은 2026~2031년 19만4906가구, 올해만 2만5000여가구의 이주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사업 반대 여론이 힘을 얻고, 그만큼 착공과 공급은 뒤로 밀립니다. "빨리 공급하라"는 구호와 "이주비는 조인다"는 현실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개별 단지의 사업성은 갈릴 것입니다.
이주비는 더 이상 잠깐 빌렸다 갚는 다리 값이 아닙니다. 새 아파트의 실제 원가를 재는 또 하나의 눈금이 됐습니다.
출처: [정비사업 4% 금리 쇼크…"이주비 이자, 추가 분담금 맞먹어"(파이낸셜뉴스)](https://www.fnnews.com/news/202607131820116981), ["새 아파트 20년 기다렸는데"…초우량 단지도 이주비 4%(파이낸셜뉴스)](https://www.fnnews.com/news/202607140739312147), [이주비 대출 규제에 막힌 서울 정비사업…3만 가구 공급 차질 우려(뉴스1)](https://www.news1.kr/realestate/general/6052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