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용기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가 10월 22일 공개됐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허가는 거의 다 통과됐고, 허가 뒤에 실제로 사는지 확인하는 일은 아직 덜 됐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 들어온 신청 963건 가운데 928건(96.4%)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실거주 의무가 시작된 732건 중 점검을 마친 곳은 446건(60.9%)에 그쳤습니다. 이 제도는 지난 8월 2027년 8월 25일까지 1년 더 연장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숫자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따져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문은 좁아졌지만 잠기지는 않았다
먼저 제도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23개 시·군, 인천 9개 자치구에서 외국인이 단독·다가구·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을 사려면 계약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으면 4개월 안에 입주해야 하고, 취득 후 2년 동안 직접 살아야 합니다. 오피스텔은 대상이 아닙니다.
불허된 2건은 모두 미국 국적자가 서초구 주택을 사겠다고 낸 신청이었습니다. 한 건은 기존 주택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한 건은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33건은 신청 취하(17건)와 기타(16건)로 정리됐습니다. 정리하면 이 제도는 실제로 들어와 살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두고, 살지 않을 사람은 아예 신청하지 않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거래량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정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도권 외국인 주택 거래는 439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6024건)보다 27% 감소했습니다. 서울만 보면 37%가 줄었고, 강남3구와 용산구는 49%, 서초구는 73%나 줄었습니다. 거래 내용도 생각보다 수수합니다. 거래가액 6억 원 이하가 81%였고, 지역은 경기가 66%로 가장 많았습니다. 국적은 중국이 72%, 미국이 13%였습니다. 강남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는 외국인 큰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부분은 수도권 외곽에 실제로 사는 외국인 가구의 거래입니다.
빈칸은 허가 뒤에 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입니다. 실거주 의무가 시작된 732건 중 286건(39.1%)은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11곳은 점검 완료율이 50%에도 못 미쳤습니다. 마포구와 영등포구는 각각 16건 중 3건(18.8%), 서대문구는 15건 중 3건(20.0%)이었습니다. 외국인 거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서초구도 35건 중 8건(22.9%)만 점검했습니다. 금천구(71건)와 강서구(63건)는 모두 확인을 마쳤습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구청마다 행정 여력과 의지가 크게 다르다는 뜻입니다.
위반이 확인되면 3개월 안에 이행명령이 나옵니다. 그래도 따르지 않으면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되풀이해 부과되고, 허가 취소까지 검토됩니다. 지금까지 이행명령은 중랑구에서 나온 1건이 전부입니다. 물론 점검하지 않은 286건이 모두 위반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리 무거운 제재라도 점검을 하지 않으면 실제로 적용될 일이 없습니다. 전 의원도 거래량과 허가율만으로는 투기를 막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점검 완료율이 올라가는지 지켜보셔야 합니다. 제도가 연장된 만큼 다음 국정감사나 국토부 발표에서 이 비율이 얼마나 개선됐는지가 제도의 신뢰도를 보여줄 것입니다. 점검이 계속 늦어지면 허가만 받고 실제로는 살지 않는 편법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속이 한꺼번에 강해지면 이행강제금을 피하려는 매물이 일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둘째, 실거주 의무가 끝나는 시점을 달력에 적어두십시오. 첫 허가분은 입주 기한 4개월에 실거주 2년을 더하면 대체로 2027년 하반기부터 의무에서 풀립니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경기 일부 지역과 6억 원 이하 아파트·다세대에서는 그 무렵 매매나 임대 매물이 조금씩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인 2027년 8월에는 허가구역을 다시 연장할지도 결정됩니다.
셋째, 경매 투자자라면 취득 경로에 따라 규제가 다르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일반 토지거래허가제에서는 법원 경매로 취득하는 경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됐습니다. 외국인 허가구역도 같은 법 체계 안에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은 입찰 전에 관할 구청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외국인 수요가 많던 지역에서는 일반 매매가 줄어든 만큼 경매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의 구성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낙찰 사례를 볼 때 낙찰가율만 보지 말고 누가 낙찰받았는지도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외국인 주택 허가제는 거래를 줄이는 데는 효과를 냈습니다. 이제는 허가받은 사람이 실제로 그 집에 사는지 확인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이 제도의 실효성은 허가율보다 점검 완료율에서 드러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