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도 같은 지구의 뒤 단지가 앞 단지보다 비싸게 나오고 있습니다. 10월 20일 이데일리와 서울경제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고양창릉 S4블록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는 8억6719만 원(2026년 7월 공급)입니다. 2025년 1월 같은 지구 S5블록의 7억7289만 원보다 9430만 원 높습니다. 김포 풍무역세권은 6100만 원,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는 5750만 원, 인천 검단신도시는 3630만 원 올랐습니다. 비교한 네 곳 모두 올해 나온 84㎡ 최고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높았습니다.
"분상제 단지는 싸다"는 말은 여전히 맞습니다. 다만 상한선이 고정된 값이 아니라는 점을 함께 알아야 합니다.
상한제는 '가격'이 아니라 '공식'을 정합니다
분상제 분양가는 택지비와 기본형건축비, 가산비를 더해 정하고, 최종 금액은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결정합니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값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공식에 들어가는 원가가 오르면 상한선도 따라 올라갑니다.
올해는 원가가 두 번 올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7월 15일 비정기 고시로 기본형건축비를 ㎡당 222만 원에서 223만7000원으로 0.77% 올렸습니다. 고강도 철근값 상승(약 18.6%)을 반영한 조치였습니다. 이어 9월 15일 정기 고시에서는 232만8000원으로 4.07%를 더 올렸습니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기 인상의 주된 이유는 안전투자 강화에 따라 조달청 원가 기준이 바뀌면서 간접공사비가 ㎡당 60만4000원에서 66만3000원으로 약 9.77% 늘어난 것입니다.
원가 지표도 오르는 방향을 가리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1년 전보다 5.98% 높고, 13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10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14.3으로 전월보다 5.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100을 넘으면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9430만 원을 그대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숫자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고양창릉의 9430만 원은 같은 아파트의 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다른 블록끼리 최고 분양가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기사도 지적하듯 같은 공공택지 안에서도 블록마다 택지비, 가산비, 설계, 층·향 구성이 다릅니다. 그래서 상승분 전체를 공사비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기본형건축비 인상률(7월과 9월을 합쳐 약 4.9%)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입지와 상품 구성의 차이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또 7월 공급 단지에는 9월 인상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9월 15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새 건축비가 적용되므로, 실제 영향은 연말과 내년 초 공급 물량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상한제의 효과는 남아 있습니다
상한제가 의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경향신문이 10월 6일 보도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운하 의원실 분석을 보면, 2023년 서울에서 분상제가 해제된 지역의 민간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평균 51.7% 높았습니다. 분상제가 남아 있는 강남·서초·송파·용산은 5.9%였습니다. 비교 가능한 단지 가운데 시세보다 비싸게 나온 비율도 해제 지역은 97.1%(68곳 중 66곳), 유지 지역은 35.3%(17곳 중 6곳)였습니다. 상한제는 원가 상승은 막지 못하지만, 시세에 얹는 웃돈은 상당 부분 억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의원실의 자체 분석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청약자가 확인해야 할 것
첫째, "지금이 가장 싸다"는 광고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원가가 오르는 국면이라는 사실은 맞지만, 그것이 특정 단지를 지금 사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판단 기준은 이전 단지와의 가격 차이가 아니라 인근 기존 아파트 시세와의 차이입니다. 같은 지구 구축 단지의 실거래가와 견주어 남는 차익이 얼마인지 직접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입주자모집공고의 분양가 구성을 확인하십시오.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 비중을 보면 오른 이유가 원가 때문인지 상품 구성 때문인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발코니 확장이나 유상 옵션을 더한 실제 부담액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셋째, 공고에 적힌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조건, 그리고 잔금 시점의 대출 가능액을 확인하십시오. 분양가가 수천만 원 오르면 계약금과 중도금 규모도 함께 커집니다. 당첨된 뒤 자금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가장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
분상제는 분양가를 시세 아래로 붙잡아 두는 장치이지만, 분양가가 오르지 않게 막아 주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나올 공공택지 단지는 9월에 오른 건축비가 반영된 가격으로 공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한선 자체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청약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