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나서 안 팔리면 분양가의 최대 92%에 사 주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0월 9일 수도권 공공택지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미분양 매입확약을 추가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은 약 1만8000가구, 신청은 올해 말까지입니다. 2024년과 2025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겉으로는 건설사 지원책이지만, 앞으로 2~3년 수도권 신도시 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그 집들의 값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와 바로 이어지는 일입니다.
무엇을, 얼마에 사 주나
대상은 민간 건설사가 이미 사 둔 수도권 LH 공공택지의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2027년 말까지 착공하는 필지입니다. 이 땅에 지어지는 집 가운데 전용 85㎡ 이하 미분양 주택을 건설사가 요청하면 LH가 매입합니다.
값은 단계적으로 정해집니다. 기본 매입 비율은 미분양률에 따라 분양가의 85~89%입니다. 여기에 2027년 6월 30일까지 착공하면 2%포인트, 사용승인 시점에 500가구 이상인 단지면 1%포인트가 더해집니다. 두 조건을 모두 채우면 최대 92%입니다. 지난해 상한은 91%였는데, 8·13 공급대책에서 조기착공 가산을 1%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올리면서 상한이 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참고로 LH가 10월 1일 낸 공고문에는 비율이 "최대 89%"로만 적혀 있었습니다. 가산 전 기본 비율을 최종 비율처럼 표기한 것이어서 LH가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데일리안). 공고문을 직접 보실 때는 기본 비율과 가산 비율을 나눠서 읽으셔야 합니다.
왜 지금, 왜 이 정도 규모인가
배경은 청약 시장의 온도 차입니다. 직방이 올해 1월부터 9월 1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국 일반공급 물량은 1년 전보다 34.0% 늘었지만 1순위 접수는 26.6% 줄었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10.2대 1에서 5.6대 1로 내려갔습니다. 특히 경기 지역 민간분양은 1.6대 1로, 같은 지역 공공분양(21.1대 1)과 차이가 큽니다. 이번 매입확약이 겨냥하는 수도권 공공택지 민간 아파트가 바로 이 구간에 속합니다.
분양가 부담도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최근 1년 평균 분양가는 3.3㎡당 6287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4.2% 올랐습니다. 공사비가 오르고 청약자는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땅을 사 놓은 건설사는 미분양이 두려워 착공을 미루게 됩니다. LH 매입확약은 사업장 신용을 보강해 금리를 낮추고 브릿지론을 본PF로 갈아타기 쉽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정부는 착공이 계속 늦어지는 땅은 LH가 되찾아 직접 짓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상 규모는 2024년 첫 시행 때 약 3만6000가구에서 올해 1만8000가구로 줄었습니다. 대상 땅이 '2027년 말까지 사용 가능한 이미 팔린 토지'로 좁혀졌기 때문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내 집을 지켜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매입확약은 LH와 건설사가 맺는 약속입니다. 이미 분양받은 사람의 집을 LH가 사 주거나,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시세를 보전해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LH가 받쳐 준다"는 홍보 문구는 이 점을 구분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둘째, 85%라는 숫자의 의미입니다. 안 팔린 집을 분양가의 85~92%에 넘길 수 있다면, 건설사가 그보다 크게 할인해 팔 이유는 줄어듭니다. 공공택지 민간 단지의 할인분양 폭에 사실상 하한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는 제도 구조에서 나오는 추론일 뿐 확인된 실적이 아니므로, 실제 할인분양 사례는 단지별로 보셔야 합니다.
셋째, 2027~2028년 공급 시계입니다. 조기착공 가산 기한이 2027년 6월 말이므로, 건설사가 제도를 쓴다면 그 전에 착공과 분양을 서두를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시는 분이라면 이 시기에 물량이 몰리는지 지켜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량이 몰리면 선택지는 넓어지지만 경쟁률은 더 갈릴 수 있습니다.
넷째, 미분양 통계를 읽는 법입니다. LH가 사들인 물량은 공식 미분양 숫자에서 빠집니다. 앞선 매입 사업에서 LH는 사들인 미분양 주택을 '분양전환형 든든전세' 같은 임대로 다시 공급했습니다. 앞으로 특정 단지나 지역의 미분양이 빠르게 줄어든다면, 시장이 팔아 준 것인지 LH가 사 준 것인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번 조치는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건설사가 첫 삽을 뜨게 하려는 정책입니다. 1만8000가구 가운데 실제로 몇 곳이 신청하고 착공하는지는 연말 접수가 끝나야 알 수 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관심 단지가 매입확약 대상 공공택지에 있는지, 그리고 그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교해 납득할 만한지입니다. 안전판은 건설사를 위한 것이고, 분양가를 따져 보는 일은 여전히 수요자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