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배치도 안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두 아파트의 시계가 다르게 갑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는 지난 6월 24일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90.4%를 확보해 조합설립을 신청했고, 14일 만인 7월 9일 인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3단지는 6월 초로 잡혀 있던 조합창립총회가 두 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의율은 아직 과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투입해 7월 21일 첫 조정회의를 열었고, 8월 10일 두 번째 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목동 14개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조합설립을 마친 곳은 지난해 5월 6단지를 시작으로 12·8·4단지, 그리고 이번 7단지까지 다섯 곳입니다. 3단지는 그 대열에서 가장 뒤로 밀려났습니다. 사업성이 나쁘거나 정비계획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3단지는 1986년 준공된 1588가구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3371가구가 됩니다. 1783가구가 순증하는, 목동에서도 손꼽히는 조건입니다.
멈춘 이유는 '평가'였습니다
3단지가 멈춘 자리는 종전자산 감정평가입니다. 전용 122㎡ 이상 대형 면적을 가진 소유주들이 9개 항목을 요구하며 동의서 제출을 미루고 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종전자산가액을 올려달라는 것, 감정평가법인을 추천할 권리를 달라는 것, 그리고 조합 임원과 대의원의 절반을 대형 평형 몫으로 배정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단지에서 대형 면적 소유주는 전체의 23.4%를 차지합니다.
왜 이 요구가 나왔는지는 재건축 셈법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조합원이 낼 분담금은 '조합원 분양가 – 권리가액'이고, 권리가액은 종전자산 감정가에 비례율을 곱해 나옵니다. 즉 내 집이 얼마로 평가되느냐가 분담금을 직접 결정합니다. 그런데 대형 평형은 소형·중형에 비해 3.3㎡당 시세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면적이 넓어도 평가액 상승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 아파트에서도 같은 대형을 받으려면 분양가는 훨씬 비싸집니다. 대형 소유주 입장에서는 '넓은 집을 가졌는데 분담금은 더 낸다'는 구조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감정평가법인 추천권과 임원 50% 배정은 성격이 다릅니다. 앞의 것은 평가의 공정성 문제이고, 뒤의 것은 조합 의사결정 지분 문제입니다. 두 요구가 한 묶음으로 제시되면서 협상이 길어졌다는 것이 이번 지연의 실질적 배경입니다.
상가는 아예 빠졌습니다
또 하나의 축은 상가입니다. 기존 안은 상가 소유주에게 새 상가를 먼저 공급하고, 남는 평가액이 산정비율(0.1)을 넘을 때만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상가 측은 이를 폐지하고 독립정산제를 요구했습니다. 상가 부문의 개발이익을 아파트와 분리해 직접 정산하겠다는 뜻입니다. 협의가 진전되지 않자 추진위원회는 상가를 재건축 구역에서 제척(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상가를 빼고 가는 선택은 사업을 일단 굴러가게 하지만, 향후 제척 범위와 경계 정리, 잔여 부지 활용을 두고 새로운 변수를 남깁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동의율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7단지의 90.4%와 3단지의 과반 미달을 가른 것은 홍보나 속도가 아니라 이해관계 조정이 끝났는지 여부였습니다. 매수를 검토한다면 '조합설립 임박'이라는 말보다 미합의 쟁점이 무엇인지, 그 쟁점을 가진 소유주 비중이 몇 %인지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3단지에서는 그 숫자가 23.4%였습니다.
둘째, 평형별 손익은 단지 평균으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대형과 소형의 분담금 체감은 정반대로 갈립니다. 추정분담금은 반드시 내가 보유한(또는 매수하려는) 면적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일정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3단지는 8월 중 합의가 이뤄질 경우 11월까지 조합설립을 마친다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뒤집으면 8월 조정이 불발되면 연내 조합설립은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8월 10일 2차 조정회의가 사실상의 분기점입니다.
목동은 14개 단지가 동시에 움직이는 대규모 정비 벨트입니다. 그만큼 시공사 수주전과 기대감이 앞서기 쉽지만, 실제 사업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층수도 용적률도 아닌 '누가 얼마로 평가받느냐'입니다. 조합설립 단계에서 정리되지 않은 평가 갈등은 관리처분 단계에서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3단지의 두 달은 그 사실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보여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