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오랫동안 '전부 아니면 전무'의 사업이었습니다. 단지 안의 한 동이 끝까지 반대하면 나머지 아홉 동도 함께 멈춰 서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일,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는 강동구 명일동 270번지 일대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사업의 통합심의안을 수정가결했습니다. 심의를 통과한 정비계획에 담긴 것은 열 개 동이 아니라 아홉 개 동이었습니다. 반대하던 5동은 빠진 채였습니다.
6년이 걸린 한 동의 이탈
삼익맨숀은 1984년에 준공된 최고 15층, 10개 동, 768가구 규모의 단지입니다. 재건축이 끝나면 지하 4층에서 지상 39층, 990가구 규모로 바뀝니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습니다.
문제가 된 5동은 전용면적 146㎡의 대형 평형 60가구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주택의 자산가치가 종전자산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추정분담금도 과도하다며 재건축에 반대해 왔습니다. 대형 평형일수록 종전자산 평가액은 높지만, 그만큼 새 아파트에서 돌려받는 몫이 비례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불만이 흔히 제기됩니다.
조합은 2020년 12월 5동을 상대로 토지분할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2월, 법원이 토지분할을 인정했습니다. 소 제기부터 판결까지 4년, 그 판결이 심의 통과로 이어지기까지 다시 1년 반이 걸린 셈입니다. 조합은 오늘(10일) 사업시행계획안을 접수할 예정입니다. 이 단지의 정비구역 일몰 기한은 이틀 뒤인 7월 12일입니다.
토지분할은 무엇을 하는 제도인가
근거는 도시정비법 제67조, '재건축사업의 범위에 관한 특례'입니다. 재건축 조합을 세우려면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과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하고, 여기에 더해 각 동별로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동별 요건이 문턱입니다. 전체 동의율이 90%를 넘어도 어느 한 동에서 과반을 못 채우면 조합설립이 막힙니다.
제67조는 이때 사업시행자나 추진위원회가 주택단지 안의 일부 토지에 대해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건축법이 정한 최소 분할면적에 미달하더라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동의하지 않는 소유자들의 땅을 사업구역에서 잘라내고, 찬성하는 소유자들의 땅만으로 사업을 진행하라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하나의 단지에 상가가 여러 개일 때 동별 동의율을 채운 상가는 편입하고 그렇지 못한 상가만 제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 바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조합이 마음대로 쓰는 칼이 아닙니다. 삼익맨숀의 4년이 보여주듯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고, 그 사이 사업은 멈춰 있습니다. '빠르게 잘라내는 길'이 아니라 '오래 걸려도 열리는 길'에 가깝습니다.
제척된 뒤에 남는 것들
여기서부터가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볼 대목입니다.
제척은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이전입니다. 5동 소유주 60가구는 1984년에 지어진 15층 건물에 그대로 남습니다. 담장 너머에는 39층 새 아파트가 올라섭니다. 같은 주소, 다른 시간대에 놓이는 셈입니다. 이들의 토지 지분, 진입로, 주차장 같은 공용 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긴 협의입니다.
거래하는 입장에서는 셈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동안 재건축 단지의 매물을 볼 때 우리는 대체로 단지 단위로 생각해 왔습니다. "이 단지는 조합설립이 됐다", "이 단지는 사업시행인가를 앞뒀다"는 식입니다. 토지분할이 현실의 선택지가 된 지금, 판단의 단위는 단지가 아니라 동입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어느 동을 사느냐에 따라 입주권을 받는 사람과 구축에 남는 사람이 갈립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합니까
첫째, 매수 전에 정비계획 구역도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관심 있는 동이 사업구역 안에 포함돼 있는지가 출발점입니다. 단지 이름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위험이 커졌습니다.
둘째, 전체 동의율이 아니라 동별 동의율을 보십시오. 조합 총회 자료나 정비사업 정보몽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동, 특히 대형 평형만 모인 동과 상가동은 분쟁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토지분할 소송이 걸려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소송 중인 단지는 사업시행인가 일정 자체가 법원 일정에 묶입니다. 삼익맨숀의 4년은 예외적으로 긴 사례가 아닙니다.
넷째, 갈등의 뿌리는 대개 종전자산 감정평가와 추정분담금입니다. 그 산정 근거가 조합원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돼 왔는지가, 그 단지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쓸지를 가늠하는 단서입니다.
재건축이 반대하는 이웃을 설득하는 사업에서 잘라내는 사업으로 넘어가고 있다면, 그것은 속도를 얻는 대신 무언가를 지불하는 선택입니다. 그 값을 누가 치르는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확인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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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같은 단지인데 나만 구축」…'5동만 빼고 재건축' 명일삼익맨숀, 왜? — 머니투데이](https://www.mt.co.kr/estate/2026/07/07/2026070715010553682) - [「반대하는 동 빼고 재건축」 삼익맨션 일몰 리스크 털었다 — 파이낸셜뉴스](https://www.fnnews.com/news/202607071805573113) - [[르포] 「반대 동 빼고 재건축?」…명일동 삼익맨숀 가보니 — 비즈워치](https://news.bizwatch.co.kr/article/real_estate/2026/07/07/0035) - [도시정비법 제67조에 따른 일부 상가 동의 제척 가부 — 주거환경신문](https://www.r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