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단지 두 곳이 같은 달 조합원에게 숫자를 내놓았는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 소유자가 새 아파트도 84㎡로 받으려면 평균 약 4억3021만원을 더 내야 합니다. 반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소유자는 새 84㎡를 받고도 약 8억6054만원을 돌려받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두 단지 모두 9월에 조합원에게 보낸 분양신청 안내자료에 담긴 숫자입니다. 같은 '강남 재건축'이어도 조합원이 실제로 지는 부담은 단지마다 이렇게 다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 그리고 입주권이나 재건축 아파트를 보실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숫자로 본 엇갈림
메트로신문과 국민일보가 3~4일 정비업계와 조합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주요 단지의 추정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은마(강남구): 기존 84㎡ 소유자 기준 새 84㎡는 4억3021만원, 96㎡는 8억5539만원, 109㎡는 13억914만원을 추가로 냅니다. - 개포주공6단지(강남구): 기존 53㎡ 소유자가 84㎡를 신청하면 약 7억2000만원, 100㎡를 고르면 11억원 넘게 냅니다. - 압구정4구역(강남구): 84㎡ 기준 6억5000만~7억4977만원 수준입니다. - 잠실주공5단지(송파구): 새 84㎡를 고르면 기존 76㎡는 약 5억729만원, 81㎡는 약 6억3077만원, 82㎡는 약 8억6054만원을 돌려받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면적을 넓힐수록 부담이 가파르게 커지다 보니 조합원의 선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은마 조합이 지난달 30일까지 받은 희망 주택형 신청에서 전용 84㎡는 공급 예정 1354가구에 1934건이 몰렸습니다. 반면 전용 143㎡ 펜트하우스는 56가구에 10건만 접수됐습니다.
갈림길은 '분양가와 권리가액의 차이'
추가분담금을 계산하는 식은 단순합니다.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금액입니다. 결과가 플러스면 그만큼 더 내고, 마이너스면 돌려받습니다. 권리가액은 기존 집의 감정평가액(종전자산)에 비례율을 곱해 정합니다.
비례율은 사업이 끝났을 때 남는 가치를 종전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사업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늘거나 일반분양 수입이 줄면 비례율이 떨어지고, 그만큼 권리가액이 깎여 분담금이 늘어납니다. 잠실5단지의 환급 추산은 비례율 89.24%를 적용하고 수영장·정구장 지분까지 조합원에게 나눠준다고 가정한 계산입니다. 기존 집의 권리가액이 새 84㎡ 조합원 평균 분양가(약 30억3079만원)보다 높게 나와 차액을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지별 차이를 가르는 요인으로 용적률을 꼽았습니다. 지금 용적률과 재건축 후 확보할 수 있는 용적률의 차이가 클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늘고, 그 수입이 조합원 부담을 덜어준다는 설명입니다. 거꾸로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나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가를 올리기 어려운 곳은 오른 공사비를 분양 수익으로 메우기 어렵습니다.
지금 숫자는 '추정치'라는 점
이번에 나온 숫자는 모두 현재 사업계획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입니다. 확정 금액이 아닙니다. 특히 공사비가 변수입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잠정)로, 1년 전(130.91)보다 약 6% 올라 1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은마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950만원으로 잡고 분담금을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3.3㎡당 1000만원을 넘긴 사업장이 적지 않고, 일부 강남권은 1600만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분담금도 따라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입주한 뒤에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성북구 장위4구역 조합은 최근 '2026년 관리처분 부담금 계산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최종 비례율이 71.59%로 정해지면서 이미 입주한 조합원도 사업비 정산에 따른 추가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부담이 분담금 하나로 끝나지 않는 단지도 있습니다. 은마 조합은 6일 조합원에게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예정액(1인당 평균 4억6334만원)을 통지했습니다. 84㎡ 추가분담금과 합치면 약 8억9355만원입니다. 다만 이 예정액은 사업 종료를 2035년 10월로 가정한 금액이고, 준공 후 실제 집값과 비용을 반영해 다시 산정합니다.
매수·보유 전에 확인하실 것
1. 조합 안내자료의 기준일과 가정을 확인하십시오. 비례율, 3.3㎡당 공사비, 일반분양가를 각각 어떻게 잡았는지에 따라 숫자가 수억원씩 달라집니다. 2. 내 종전자산 평가액을 보십시오. 같은 단지라도 기존 면적과 대지지분에 따라 권리가액이 다르기 때문에, 단지 평균 분담금이 내 분담금은 아닙니다. 3. 입주권 매수가에 분담금을 더한 '총 취득비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십시오. 시세표에 나오는 입주권 가격만 보면 실제 부담을 놓치기 쉽습니다. 4. 비례율이 바뀔 여지를 염두에 두십시오. 관리처분 이후는 물론 입주 뒤 청산 단계에서도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장위4구역 사례가 보여줍니다.
'재건축은 곧 이익'이라는 공식은 단지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가 얼마나 화려한지보다, 늘어난 사업비를 감당할 수익 구조가 있는지가 조합원의 지갑을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