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 동안 전국 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는 3851건입니다. 9월(3405건)보다 13.1% 많고, 2014년 3월(4063건) 뒤로 12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지지옥션이 5일 내놓은 「2026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물건은 늘었는데 사려는 사람은 따라 늘지 않았습니다. 전국 낙찰률은 33.9%, 낙찰가율은 85.2%로 둘 다 9월보다 낮아졌습니다. 서울만 낙찰가율 100.1%로 다시 100%를 넘었습니다. 이 숫자 하나만 보면 시장을 잘못 읽기 쉽습니다.
물건은 지방에서 늘었습니다
9월보다 경매 물건이 많이 늘어난 곳은 광주·전남(430건, 119건 증가), 대구(110건 증가), 경북(71건 증가), 전북(61건 증가) 순이었습니다. 서울(60건 증가)과 인천(58건 증가)도 늘었지만, 늘어난 물건의 상당수는 지방에서 나왔습니다.
아파트만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한국경제가 2일 법원 자료를 집계한 결과, 올해 1~9월 전국 법원 경매 진행 건수(모든 부동산 포함)는 26만3018건이었습니다. 9개월 만에 지난해 1년치(28만767건)의 93.7%를 채운 셈입니다. 이 속도가 이어지면 올해는 35만 건 안팎에 이르러, 역대 최대였던 2009년(29만7038건)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매각률은 21.2%로, 열 건 중 여덟 건가량이 유찰됐습니다.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의 물건이 새로 들어오고, 유찰된 물건이 다음 회차로 넘어가며 쌓이는 구조입니다.
응찰자는 줄고 값은 내렸습니다
물건이 늘면 입찰자가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경쟁은 느슨해집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5.8명에서 5.4명으로 줄었습니다. 인천은 6.3명에서 4.5명으로 크게 줄었고, 낙찰가율은 79.7%였습니다. 미추홀구는 68.3%로 감정가의 70%에도 못 미쳤습니다.
지방 광역시는 모두 낙찰가율이 내렸습니다. 부산이 79.6%로 3.3%포인트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대구 80.2%, 대전 79.0%였습니다. 경북은 76.3%, 제주는 75.2%였습니다. 다만 전북(78.7%, 4.5%포인트 상승)과 광주·전남(76.6%, 3.7%포인트 상승)은 올랐습니다. 감정가 자체가 낮은 상태에서 한두 번 유찰된 물건이 싸게 낙찰되며 생긴 반등이라, 시장이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컸습니다. 광명은 135.3%, 수원 영통구는 106.1%였지만 고양 일산서구는 72.2%, 파주는 73.3%에 그쳤습니다.
서울 100.1%를 볼 때 주의할 점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1%로 9월(94.7%)보다 5.4%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러나 낙찰률은 35.3%에서 21.8%로 떨어져 2023년 4월(19.0%) 뒤로 가장 낮았습니다. 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261건 가운데 주인을 찾은 것은 다섯 건 중 한 건 정도입니다. 팔린 물건만 비싸게 팔렸다는 뜻입니다.
가격대별로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감정가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103.6%였고, 25억원 이상은 97.1%였습니다. 25억원 이상의 낙찰률은 13.6%에 그쳤습니다. 대출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중저가에는 응찰자가 몰리고, 현금이 많이 드는 고가 물건은 유찰되고 있습니다. 자치구별로는 관악구(111.7%)와 성북구(108.0%)가 높았습니다.
이런 흐름은 이미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원구는 올해 1~9월 낙찰된 아파트 62건 중 30건(48.4%)이 감정가 이상에 팔렸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그 비율이 7.7%였습니다. 지난 7월 월계동 미륭·미성·삼호아파트는 응찰자 21명이 몰려 감정가 6억9600만원짜리가 약 9억3800만원(낙찰가율 134.8%)에 낙찰됐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 호가를 기준으로 입찰가를 정하면 낙찰가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지금 경매를 본다면 확인할 것
첫째, 낙찰가율과 낙찰률을 함께 보세요. 대통령도 3일 SNS에서 주택가격을 판단할 때 경매 물건의 증감과 낙찰률을 살펴보라고 언급했습니다. 낙찰가율은 팔린 물건의 값만 보여줄 뿐, 팔리지 않은 물건이 얼마나 쌓였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둘째, 입찰가는 실거래가로 정하세요. 감정가는 대개 경매 개시 6개월~1년 전에 매겨집니다. 매매 거래가 적을 때는 호가가 실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기 쉽고, 호가를 기준으로 쓰면 시세보다 비싸게 낙찰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3~6개월 같은 평형의 실거래가부터 확인하세요.
셋째, 지방과 인천은 서두를 필요가 적습니다. 한 번 유찰되면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70~80%로 내려갑니다. 물건이 쌓이는 지역에서는 한두 회차 기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값이 싼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세입자 보증금 인수 여부 같은 권리관계와 지역의 매수 수요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12년 7개월 만의 최대치는 시장이 얼마나 지쳤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서울 몇몇 동네의 높은 낙찰가율보다, 매달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의 수가 언제 줄어드는지를 지켜보는 편이 시장을 읽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