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정감사에서 층간소음 관련 숫자가 잇달아 공개됐습니다.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들어온 전화상담은 35만5047건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소음을 실제로 측정한 경우는 4211건으로, 2단계 처리 건수의 4.6%에 그쳤습니다. 새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바닥충격음 성능검사'에서는 기준 미달 판정을 받고도 그대로 준공된 집이 확인됐습니다. 층간소음은 이웃 사이의 감정 문제로만 여겨지기 쉽지만, 숫자를 보면 집의 품질과 행정 체계가 함께 걸린 문제입니다.
상담은 매일 110건, 측정까지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황희 의원실이 한국환경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연간 상담 건수는 2021년 4만6596건에서 2025년 3만2662건으로 조금씩 줄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1~8월에만 2만6852건이 접수됐습니다. 지난해 연간 건수의 82.2%이고, 하루 평균 약 110건입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입니다. 전화상담을 넘어 현장 진단 단계로 넘어간 9만937건 가운데 77.1%는 다시 전화상담으로 끝났습니다. 방문 상담은 18.3%였고, 소음측정까지 간 경우는 4.6%였습니다. 갈등이 법적 절차로 넘어가도 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조인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층간소음 사건 148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건 13건(8.8%)뿐이었습니다. 84건은 요건 미비 등으로 각하됐습니다. 소음 측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쪽(한국환경공단)이, 분쟁 조정은 국토교통부 쪽(LH 위탁)이 맡고 있어 민원인이 두 기관을 오가야 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새 아파트 검사, 미달이어도 준공됐습니다
신축 쪽 숫자도 봐야 합니다. 정부는 시공 후 실제 바닥충격음을 재는 사후확인제를 도입했고, 현재 기준은 경량·중량 충격음 모두 49dB 이하입니다. 강대식 의원실이 국토안전관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91개 단지, 659가구가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중 처음 검사에서 기준에 미달한 집은 16가구(2.4%)였습니다.
비율만 보면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검사는 전체 세대의 약 2%만 표본으로 뽑아 진행합니다. 또 보완 시공과 재검사를 거친 뒤에도 기준에 못 미친 채 준공된 단지가 5곳, 10가구 있었습니다. 경북 경주의 한 직원 숙소는 검사한 5가구가 모두 미달이었습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보완 명령과 이행 확인이 사용검사권자의 몫이라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결과는 나오는데 보완을 끝까지 확인하는 기관이 없는 셈입니다.
국토부는 표본 비율을 2%에서 5%로 높이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2027년 검사 대상은 2512가구에서 6124가구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올해 전담 인력은 정원 9명 중 6명입니다. 지금 인력이 그대로라면 1명이 1년에 약 1021가구를 맡아야 합니다. 검사 범위를 넓히는 것만큼 인력과 사후관리 체계가 함께 갖춰지는지가 관건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확인할 것
신축 분양·입주 예정자라면 단지의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결과와 미달 세대의 보완 여부를 시공사와 관할 지자체에 직접 문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번 자료에서 보듯 보완 이행을 자동으로 확인해 주는 장치가 아직 약합니다. 입주자 쪽에서 물어봐야 기록이 남습니다.
구축 매수나 경매 입찰을 앞두고 있다면 층간소음 이력은 등기부나 감정평가서에 나오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에 해당 동·라인의 민원 이력을 문의하고, 저녁 시간대에 현장을 한 번 더 둘러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경매 물건은 내부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위아래층 사정까지 미리 확인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이런 위험은 입찰가를 정할 때 함께 반영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인테리어를 계획하신다면 바닥을 철거하는 공사에서 완충재와 마감재를 바꾸면 체감 소음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구조체(슬래브) 두께와 건물 구조에 따라 효과의 한계가 있으니, 시공 전에 기대 효과를 업체와 구체적으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층간소음 대책은 오랫동안 기준을 높이는 데 집중돼 왔습니다. 이번 국감 숫자가 보여 주는 빈틈은 기준 자체보다 측정과 사후관리입니다. 앞으로는 검사 확대 개정안이 언제 확정되는지, 인력 예산이 붙는지, 측정과 조정을 한 창구로 묶는 방안이 나오는지를 지켜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