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가 빠졌습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7월 16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이 현대아파트 51~56동(3·4차)의 대지권 등기를 바로잡았다고 밝혔습니다. 등기부에 '53.758㎡'로 적혀 있던 대지권 분자가 실제로는 '537.758㎡'였다는 것입니다. 자릿수 하나 차이지만, 면적으로 환산하면 환지 이전 기준 662평(약 2,186㎡)에 이릅니다. 이 아파트의 소유자들은 30년 가까이, 자기 몫인 줄도 모른 채 662평의 토지 권리를 등기부상으로는 갖고 있지 않았던 셈입니다.
오류의 출발점은 1992년이었습니다. 환지 과정에서 종이등기를 전산등기로 옮겨 적을 때 숫자가 잘못 입력됐고,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30년이 지났습니다. 조합과 두 법무법인(강남·예당)이 환지확정 자료와 종전 종이등기,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비율을 대조해 오류를 입증했고, 그 결과 현대건설 명의로 남아 있던 541분의 410.242 공유지분은 541분의 0으로 말소됐습니다. 안중근 조합장은 남은 필지의 대지권 문제도 이어서 정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이것이 '행정 실수' 이상인가
등기 오류를 단순한 서류 문제로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재건축에서 대지권은 곧 돈입니다.
정비사업은 종전자산 평가 → 권리가액 산정 → 관리처분계획이라는 순서로 굴러갑니다. 이 사슬의 첫 단추가 '내 땅이 얼마인가'이고, 그 답을 등기부가 쥐고 있습니다. 대지권 분자가 10분의 1로 적혀 있으면 종전자산이 축소 평가되고, 권리가액이 줄고, 결국 분담금이 늘어납니다. 압구정3구역의 총 공사비는 6~7조원대로 거론됩니다. 이 규모에서 지분 산정 기준이 어긋나면 조합원 개인이 지는 금액은 억 단위로 흔들립니다.
이번 경정이 의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관리처분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잡았다는 것. 관리처분계획은 인가 이후 뒤집기가 대단히 어렵고, 그 뒤에 오류가 발견되면 계획 변경 총회와 재평가로 사업이 통째로 멈춰 섭니다. 등기 정리는 빠를수록 싸고, 늦을수록 비쌉니다.
662평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문제는 이번 경정이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압구정3구역에는 등기가 확정되지 않은 필지가 15곳, 면적으로 5만2334㎡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3.3㎡당 2억원 시세를 적용하면 3조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명의는 주민이 아니라 서울시(6필지, 1만1627㎡)와 HDC현대산업개발(9필지, 4만706㎡) 등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1970년대 대규모 택지 개발과 분양이 등기 전산화 이전에 이뤄지면서 누락과 오기가 겹겹이 쌓인 결과입니다.
지분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를 두고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조합원 측은 집합건물법 취지대로 전유부분 면적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현대건설 측은 이 아파트가 1985년 집합건물법 시행 이전에 지어졌으니 등기부상 대지권 비율을 따라야 한다고 맞섭니다. 조합원 77명이 낸 소송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에, 52명이 낸 소송이 민사904단독에 걸려 있습니다. 이 단지의 토지 소유자는 4,082명인데 조합원은 3,657명입니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권리관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압구정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노후 단지, 환지나 구획정리를 거친 땅, 사원아파트나 공공 주도로 공급된 단지라면 같은 지뢰가 묻혀 있을 수 있습니다. 재건축 연한이 찬 단지들이 대체로 그 시기의 산물입니다.
노후 단지의 재건축 물건을 검토하신다면, 시세와 사업 단계만 보지 마시고 등기부등본의 대지권 표시를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지권 비율이 표시돼 있는지(아예 미등기인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 그 분자를 전유면적과 대조했을 때 상식적인 크기인지. 셋째, 등기부에 조합원이 아닌 제3자, 특히 건설사나 지자체 명의의 공유지분이 남아 있는지.
숫자가 어색하다면 그것은 대개 착각이 아닙니다. 압구정3구역이 증명한 것은, 30년 묵은 오류도 자료를 갖추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증명한 것은, 누군가 들여다보기 전까지 등기부는 스스로 틀렸다고 말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등기부는 권리의 결론이 아니라 기록일 뿐입니다. 기록은 틀릴 수 있고, 틀린 채로 30년을 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