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를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여전히 가격입니다. 다만 가격을 꼽는 비중은 줄었습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알투코리아·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함께 낸 '2026 부동산 트렌드' 조사에서 '주택 가격'을 고려 요인으로 꼽은 응답은 58%에서 48%로 내려갔습니다. 반대로 '단지 내 녹지·조경'을 꼽은 응답은 18%에서 28%로 10%포인트 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공원 옆 단지의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는 집계도 나왔습니다. '숲세권'이 홍보 문구를 넘어 실제 가격 요인이 됐는지,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가격 다음으로 '쾌적함'을 묻기 시작했다
2일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조사는 1~3순위 응답을 합산한 결과입니다. 녹지·조경 항목은 2022년 21%, 2024년 20%, 2025년 18%로 몇 년간 큰 변화가 없다가 올해 28%로 뛰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 항목은 '대단지'(25%)와 '브랜드'(16%)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이사할 때 입지 요인으로 '주거 자연환경·쾌적성'을 꼽은 응답도 36%였습니다.
다른 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입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거주지를 고를 때 공원·산책로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78%로, 교육환경(60%)보다 높았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 미래 주거 트렌드' 조사에서도 쾌적성(33%)이 교통(24%)과 편의시설(19%)을 앞섰습니다. 러닝·산책 같은 일상 운동이 늘고 재택·유연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집 밖 생활공간까지 주거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퍼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공원 옆 단지, 상승률이 두 배였다
가격에도 이런 흐름이 보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판교·동탄1·동탄2·광교·위례 등 수도권 남부 2기 신도시 5곳에서 공원과 맞닿은 주요 단지의 지난해 상승률은 평균 14.7%였습니다. 같은 신도시 5곳 전체 평균(7.3%)의 두 배입니다. 위례호수공원 인근 '위례자이'는 19.3%로 위례 평균(11.1%)을 웃돌았고, 광교호수공원 인근 '광교중흥S클래스'도 13.2%로 광교 평균(7.1%)보다 높았습니다.
최근 실거래에서도 신고가가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영장근린공원과 맞닿은 성남 '산성역포레스티아' 전용 84㎡는 10월 17일 17억6000만 원에 거래돼 같은 면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울산대공원 옆 '대공원한신휴플러스' 84㎡도 6월 12억5300만 원에 신고가를 썼습니다.
숫자를 읽을 때 걸러야 할 세 가지
다만 이 숫자들을 그대로 '공원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이기는 이릅니다.
첫째, 대표 단지만 고른 비교입니다. 14.7%는 공원과 맞닿은 단지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주요 단지를 골라 낸 수치입니다. 이런 단지는 대개 신도시 중심부에 있고 규모가 크며 연식도 비슷합니다. 역세권, 학군, 단지 규모, 준공 연도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에 공원 하나의 효과만 떼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원 기사도 이 한계를 짚었습니다.
둘째, 같은 자료가 분양 홍보에 반복해서 쓰입니다. 최근 '파크사이드' 단지 분양을 알리는 기사 상당수가 같은 R114 수치와 갤럽 조사를 인용합니다. 새로 분양하는 단지 옆 공원이 기존 신도시의 호수공원처럼 규모와 완성도를 갖췄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공원 예정지'와 '완성된 공원'은 다릅니다. 최근 공급되는 단지 가운데 상당수는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지어집니다. 2020년 7월 장기 미집행 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확산된 이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나머지에 아파트를 짓는 구조입니다. 공원 조성이 입주보다 늦어지거나 계획이 바뀌는 사례도 있어, 분양 당시의 조감도와 입주 후 모습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확인할 것
공원을 보고 집을 고른다면 다음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공원의 법적 지위: 토지이음에서 해당 녹지가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된 땅인지, 단순 임야나 개발 예정지인지 확인하세요. 지금 숲인 땅이 계속 숲으로 남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조성 시점과 주체: 민간공원특례나 기부채납 공원이라면 준공 예정일과 관리 주체를 확인하세요. 입주 후 몇 년간 공사장 옆에서 살 수도 있습니다. - '인접'의 실제 거리: 단지 출입구에서 공원 입구까지 걸어서 몇 분인지, 큰 도로를 건너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세요. 조망과 접근성은 가치가 다릅니다. - 경매 물건의 감정 시점: 공원 조성 전에 감정한 물건이라면 감정가에 녹지 효과가 덜 반영됐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세가 이미 오른 뒤라면 낙찰가율이 높게 형성될 수 있으니 최근 실거래와 함께 비교하세요. - 재개발 구역의 공원 배치: 정비계획상 기부채납 공원이 어느 동 앞에 들어서는지에 따라 같은 구역 안에서도 동·호수별 선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녹지에 대한 선호는 일시적인 유행보다 생활 방식의 변화에 가깝습니다. 다만 '숲세권'이라는 말이 붙는다고 값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공원이 실제로 있는지, 언제 완성되는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