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의 대폭 완화에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이유는 짧고 명확했습니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면 당장은 주택 재고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관은 용적률 문제를 국회에서도 신중히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정비사업을 기다려온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지만, 정부가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는 숫자로 따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세는 것은 '지어질 집'이 아니라 '사라질 집'입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더 구체적인 계산을 내놨습니다. "한 동에 1000호 있는 30개 단지가 일시에 재건축 속도를 내면 3만호는 멸실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재건축은 새 아파트를 짓기 전에 반드시 헌 아파트를 먼저 없앱니다. 완공까지 걸리는 5~10년 동안 그 물량은 시장에서 사라진 상태로 남습니다.
서울시가 자체 분석한 '2026~2031년 이주 예상 수요'를 보면 규모가 실감 납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예정된 이주 물량만 8만3630가구입니다. 연도별로는 2026년 2만5230가구, 2027년 1만3144가구, 그리고 2028년에 4만5256가구가 몰립니다. 같은 2026~2031년 구간에서 철거되는 기존 주택은 22만1000가구에 이르는 반면, 완공되는 신축은 최대 9만5000가구 수준입니다. 단순 차감하면 12만6000가구의 순감입니다.
정부의 논리는 여기서 나옵니다. 용적률을 풀어 사업 속도를 한꺼번에 올리면, 공급이 늘어나기 전에 멸실과 이주 수요가 먼저 도착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6년 서울의 전세 수요는 약 23만5000호로 추정되는데 입주 물량은 8만9000호에 그칠 전망입니다. 이주민이 전세 시장으로 쏟아지면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그 압력이 다시 매매가로 옮겨붙는 경로를 정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신 정부가 고른 카드는 신도시와 비아파트입니다
규제 완화 대신 정부가 택한 방향은 이미 발표된 물량의 착공을 앞당기는 쪽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토론회에서 "60몇 개월이 걸린다고 하는 3기 신도시 등 기존에 발표된 지역의 착공이 지연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토부는 최근 '범정부 택지 신속 혁신단'을 출범시켜 토지 보상, 인허가, 문화재 조사, 환경영향평가를 순차가 아닌 동시 진행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비아파트는 내년까지 4만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가구가 목표입니다.
민간 정비사업에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인허가 지원센터 운영, 사업 승인 절차 단축, 상가·지식산업센터의 주거용 전환 검토가 함께 언급됐습니다. 다만 조합이 실제로 체감하는 두 병목 —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이주비 대출 규제 — 은 당분간 현행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23일 토론회에서 이주비 부담이 사업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지만, 27일 장관 발언은 그보다 보수적이었습니다.
조합원이 지금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내 구역의 이주 예정 시기가 2028년에 몰려 있는지입니다. 서울시 자료 기준 2028년 이주 물량은 4만5256가구로 2027년의 세 배가 넘습니다. 같은 시기에 이주하는 구역이 많을수록 전세를 구하기 어렵고, 이주비로 감당해야 할 임차 비용도 올라갑니다. 조합 총회 자료의 이주 개시 예정일을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둘째, 사업 단계입니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472개 사업 중 115곳(24.4%)이 아직 조합 설립 전 단계입니다. 초기 단계 구역은 이번 기조 아래에서 속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관리처분인가를 이미 받은 구역은 정부 기조와 무관하게 예정대로 굴러갑니다. 초기 구역과 후기 구역의 시간표는 지금 완전히 갈라져 있습니다.
셋째, 멸실이 만드는 반대편 기회입니다. 정부가 걱정하는 순감 12만6000가구는, 뒤집어 보면 해당 권역의 기존 전월세 물건과 입주 임박 단지에 수요가 몰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주가 예정된 구역 반경의 임대차 시장은 통상 이주 개시 6개월 전부터 움직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발언은 정비사업을 막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순서'에 대한 정부의 판단입니다. 공급이 준비되기 전에 멸실부터 터지는 것을 피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판단이 옳은지는 3기 신도시 착공 속도가 답을 줄 것입니다. 그때까지 조합원에게 필요한 것은 용적률 뉴스보다 내 구역의 이주 일정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