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2006년에 도입됐지만 유예와 완화, 폐지 논의가 이어지면서 20년 동안 실제로 걷힌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 제도가 처음으로 실제 고지서로 나올 상황입니다. 서울 서초구가 옛 반포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108가구, 2021년 7월 준공)에 올해 안에 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청은 지난달 22일 부담금 계산의 출발점인 '개시시점 주택가액'을 공람 공고했고, 조합에서 개발비용 자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당정협의에서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높이는 방안만 다뤘고, 재초환 개편은 안건에 오르지 않았습니다(이투데이, 11월 2일). 용적률 규제는 풀어 주면서 부담금은 그대로 두는 셈입니다. 단지 한 곳의 고지서로 끝날 문제가 아닌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서울 46개 단지, 2조1690억 원이 걸려 있습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에서 그 지역의 평균적인 집값 상승분과 공사비 같은 개발비용을 뺀 나머지를 '초과이익'으로 봅니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초과이익이 8000만 원 이하라면 면제되고, 그보다 많으면 초과분에 구간별로 10~50%를 부과합니다. 공사비를 대려고 내는 조합원 분담금과는 다른 돈입니다. 분담금을 내고 나서 이 부담금을 따로 또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8월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부과가 예상되는 단지는 46곳, 조합원은 약 1만8000명이고 예상 총액은 2조1690억 원입니다. 이 중 25곳(54.3%)이 강남3구에 있습니다. 단지별로는 반포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트리니원(5149억 원)과 용산 한강맨션(4722억 원)이 가장 많습니다. 래미안트리니원은 2020년에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200만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는데, 그 뒤 집값과 분양가가 올라 지금은 7억 원 안팎까지 거론됩니다. 첫 부과 대상인 반포현대는 2018년 구청 통보 예정액이 1인당 평균 1억3569만 원이었습니다. 당시 조합이 자체 추산한 금액은 850만 원으로 약 16배 차이가 났습니다. 조합의 최근 추산은 약 1억2000만 원인데, 구청이 정한 개시시점 가액이 조합 계산보다 낮아 실제 금액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한은 '올해'일까요, '2029년'일까요
첫 번째 쟁점은 언제까지 부과할 수 있느냐입니다. 서초구는 부담금 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준공일부터 5년이므로 올해를 넘기면 부과할 권리가 사라진다고 봅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2024년 3월 시행된 개정법 부칙 특례를 근거로, 시행일부터 5년인 2029년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아시아투데이, 10월 26일).
어느 해석을 따르는지에 따라 단지마다 고지서가 나오는 시기가 달라집니다. 서초구 해석대로라면 준공 5년이 다가오는 단지부터 부과가 몰리고, 산정이 짧은 기간에 몰리면 계산 오류를 둘러싼 다툼이 늘 수 있습니다. 거꾸로 부과를 미뤘는데 나중에 법원이 '준공 후 5년' 시효를 인정하면, 조합이 시효가 끝났다며 처분 자체를 다툴 여지도 생깁니다. 어느 쪽이든 첫 고지서가 나오면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계산식에 들어가는 지수 하나가 금액을 바꿉니다
두 번째 쟁점은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을 무엇으로 재느냐입니다. 지금은 한국부동산원 매매가격지수를 씁니다. 그런데 2017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서울에서 이 지수는 27.2% 올랐고,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100.9% 올라 약 4배 차이가 났습니다(아시아경제, 10월 28일). 정상 상승분이 작게 잡히면 초과이익은 그만큼 커집니다. 업계 자료에서 방배삼익 사례를 보면, 실거래가격지수를 쓰면 1인당 9100여만 원이지만 매매가격지수를 쓰면 3억4000만 원이 됩니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실거래가격지수를 쓰게 해 달라고 국토부에 두 차례 건의했습니다. 국토부는 비수도권에는 시군구 단위 실거래가격지수가 없어서 국회가 법을 고치지 않으면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국회에는 인구감소지역 재건축을 부과 대상에서 빼는 안, 장기보유 조합원 감경 요건을 보완하는 안이 계류 중이지만 처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매수·보유자가 지금 확인할 것
시장에는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래미안트리니원 전용 84㎡는 부담금을 매도자가 내는 조건이면 57억 원, 매수자가 내는 조건이면 51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같은 집이 부담금 조건에 따라 5억5000만 원 차이로 나뉜 것입니다.
첫째, 준공을 앞뒀거나 이미 준공한 재건축 단지를 산다면 부담금을 누가 내는지 계약서에 분명히 적으세요. 호가가 싸 보이는 매물이라면 부담금을 넘겨받는 조건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관심 단지가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았는지, 그 금액이 언제 산정됐는지 조합에 확인하세요. 2018~2020년에 산정된 금액은 지금 집값으로 다시 계산하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셋째, 사업 초기 단지라면 분담금과 재초환을 함께 따져 보셔야 합니다. 용적률 완화로 사업성이 좋아져도 늘어난 이익이 결국 부담금 계산에 다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반포현대 고지서는 앞으로 나올 45개 단지의 기준이 됩니다. 연말 부과 금액, 시효를 둘러싼 첫 소송 결과, 국회의 산정 기준 개정 여부가 서울 재건축 사업의 속도와 시세에 영향을 줄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