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이주비 대출의 한도를 따지는 방식이 8월 31일부터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헐기 전 집의 가치(종전자산평가액)만 담보로 인정했습니다. 이제는 이 금액과 다 지은 뒤 새 아파트의 예상 가치(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큰 쪽을 담보로 봅니다. 금융당국이 예로 든 강북의 한 사업장에서는 한도가 2억4000만 원에서 3억2000만 원으로 8000만 원 늘어납니다. 그런데 시행 열흘째인 지금 정비업계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대출 비율 40%는 그대로 두고 담보가치, 곧 분모만 바꿨는데, 실제 대출을 결정하는 보증 단계는 움직이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무엇이 바뀌었나 — 비율이 아니라 '담보가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대출액을 담보가치로 나눈 값입니다. 8·13 금융 종합대책은 규제지역의 이주비 LTV 40%, 1인당 6억 원 한도를 모두 유지했습니다. 바꾼 것은 분모인 담보가치를 매기는 방식 하나입니다. 앞의 사례를 LTV 40%로 거꾸로 계산하면, 종전 평가액 약 6억 원이 새 아파트 기준으로는 약 8억 원으로 올라간 셈입니다.
효과가 큰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집값은 낮은데 완공 후 가치가 높은 곳, 곧 강북의 노후 빌라·단독주택 재개발입니다. 반대로 강남의 고가 재건축은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담보가치가 15억 원만 넘어도 40%를 적용한 금액이 6억 원 한도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27년 1월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추가 이주비 보증 상품을 새로 만들고, 정비사업 관련 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과 따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말마다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이주비까지 묶이던 문제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왜 중요한가 — 이사를 못 가면 착공도 없습니다
조합원이 이사를 나가야 철거를 하고, 철거가 끝나야 착공을 합니다. 시사저널e가 7월 보도한 서울시 자료를 보면, 올해 이주 예정인 35개 구역 3만1075가구 가운데 32곳이 은행 대출만으로는 이주비가 모자랐습니다. 14곳, 약 1만4000가구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습니다. 시공사 보증으로 추가 이주비를 확보한 18곳도 연 4~7%대 금리를 내고 있습니다.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 사업장은 상황을 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조합원 811명 가운데 다주택자 296명은 규제지역 규정에 따라 기본 이주비를 아예 받을 수 없습니다. 기본 이주비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은 약 860억 원인데, 필요한 돈은 약 2480억 원입니다. 모자란 돈은 연 7.5% 수준의 추가 이주비로 채워야 합니다. 이주가 늦어지면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늘고, 그 부담은 결국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옵니다.
현장에서 "생색내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하우징헤럴드는 9월 10일 보도에서, 최종 대출액을 사실상 결정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LTV 40% 기준이 그대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금융위원회가 HUG에 대한 규제완화 방침도 함께 포함시켜 발표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본 이주비는 은행이 HUG 보증을 받아 내주는 구조입니다. 보증 기준이 따라 바뀌지 않으면 은행 창구의 계산법만 달라진 셈입니다. 실제로 HUG 상품 안내에는 조합원 이주비 대출보증 한도가 여전히 '종전 토지 및 건축물 평가액의 70% 이내'로 적혀 있습니다. HUG가 보증 심사 기준을 고칠지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반대쪽의 우려도 적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종후자산은 아직 지어지지 않은 집의 추정 가치입니다. 사업이 늦어지거나 공사비가 오르면 담보가치와 실제 가치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 일부는 LTV를 예전의 60~70%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서울시도 1월에 이주비 LTV를 70%로 따로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다만 이를 특혜로 보는 시각도 있어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합원·입주권 매수자가 확인할 것
첫째, 보유 주택 수입니다. 규제지역 다주택자는 기본 이주비가 막혀 있어서, 담보가치를 어떻게 따지든 받을 수 있는 금액은 0원입니다. 둘째, 관리처분계획서에 나오는 종전 평가액과 새 아파트 평가액의 차이입니다. 차이가 클수록 효과가 크지만, 6억 원 한도는 넘을 수 없습니다. 셋째, 우리 구역의 협약 은행과 HUG 보증에 새 기준이 실제로 반영됐는지 조합에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넷째, 이주 시점입니다. 연내에 이주하는 구역은 2027년 1월 HF 추가 보증이 나오기 전이라 고금리 추가 이주비를 써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입주권을 사려는 분이라면 그 물건에 실행된 이주비 대출의 규모와 승계 조건도 계약 전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방향 자체는 맞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이주비는 발표된 문서가 아니라 대출 창구에서 실제로 나오는 돈입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볼 것은 HUG의 보증 기준이 바뀌는지, 그리고 HF의 추가 보증이 예정대로 1월에 나오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