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원래 분양 비수기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릅니다. 부동산 업계 집계로 이달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33개 단지 2만8015가구. 지난해 같은 달(26개 단지·1만7759가구)보다 1만256가구, 58%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 중 수도권이 2만2492가구로 전체의 80%를 차지합니다. 숫자만 보면 "청약 풍년"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실제로 청약통장을 쓸 수 있는 물량을 세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6770가구가 공급되지만, 조합원 몫을 빼면
서울은 7개 단지 6770가구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2530가구로 집계됩니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 2530가구의 대부분이 한 단지에 몰려 있다는 점입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입니다. 총 5002가구로 서울 8월 물량의 74%를 혼자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달 예정된 3199가구는 조합원 물량입니다. 일반분양분 1800가구 안팎은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이 아직 유동적입니다. 실제로 8월 셋째 주(17~23일) 분양 캘린더에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는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반디클을 빼고 세면 서울의 8월 일반분양은 700가구 수준으로 내려앉습니다. 올해 1~7월 서울 월평균 일반분양이 666가구였으니, 평년과 거의 같습니다. "58% 증가"라는 헤드라인과 서울 실수요자가 체감할 기회의 크기는 다른 숫자라는 뜻입니다.
812가구를 지어, 일반분양은 176가구
이번 주 서울에서 청약을 받는 단지를 뜯어보면 구조가 더 선명해집니다.
영등포구 신길동 써밋클라비온(신길10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은 지하 4층~지상 29층, 8개 동, 총 812가구입니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176가구, 전체의 21.7%입니다. 나머지는 조합원 몫입니다. 그리고 이 176가구의 면적은 전용 44~59㎡입니다. 단지 전체는 44~84㎡로 지어지는데, 84㎡는 일반분양 명단에 없습니다. 조합원이 큰 평형을 먼저 가져가고 남은 소형이 시장에 나오는, 서울 정비사업 분양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여기서 한 번 더 갈립니다. 176가구 중 93가구, 약 53%가 특별공급입니다. 신혼부부·생애최초·다자녀 등 자격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특공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1순위 일반공급으로 노릴 수 있는 물량은 80여 가구로 줄어듭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분양 평균 분양가는 3.3㎡당 7250만원 안팎, 전용 59㎡ 기준 최고 18억원대로 알려졌습니다. 13억~18억7000만원 구간입니다. 신길동 신축의 가격대가 그만큼 올라왔다는 신호이자, 소형 한 채에 필요한 자기자본이 상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같은 날 청약을 받는 중구 중림동 충정로역자이르네(마포로5구역)는 총 299가구 중 186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비율은 62%입니다. 전용 39~84㎡ 구성입니다. 도시정비형 재개발은 조합원 수가 적어 일반분양 비중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서울 정비사업 분양'이라도 사업 유형에 따라 나에게 열리는 문의 크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총 가구수가 아니라 일반분양 가구수를 보십시오. 기사 제목의 숫자는 조합원 물량을 포함한 경우가 많습니다. 입주자 모집공고의 '공급 대상' 표가 실제 숫자입니다.
둘째, 일반분양의 면적 구성을 확인하십시오. 단지가 84㎡를 짓는다는 사실과, 84㎡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는 사실은 별개입니다. 재건축일수록 큰 평형은 조합원에게 배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 특별공급 비중을 빼고 계산하십시오. 일반공급 물량이 두 자릿수로 줄어드는 단지가 적지 않습니다. 경쟁률은 여기서 결정됩니다.
넷째,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대형 단지는 계획으로 보십시오.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처럼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단지도 모집공고가 떠야 물량입니다. 월간 예정 물량은 자주 다음 달로 밀립니다.
수도권에 물량이 몰린 것은 사실입니다. 경기(14개 단지·일반분양 7972가구)와 인천(3개 단지·3679가구)에는 실제로 선택지가 있습니다. 다만 서울 안에서 움직이려는 실수요자라면, 이번 달 숫자가 커진 것과 내 순번이 앞당겨진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고문을 열고 세 개의 숫자—일반분양 가구수, 면적별 배분, 특공 비중—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검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