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가 지난 주말 부동산 커뮤니티를 돌았습니다. 서울 민간아파트 국민평형(전용 84㎡) 평균 분양가가 19억원을 넘겼다는 소식입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해 8월 10일 내놓은 결과로, 7월 말 기준 19억900만원대입니다. 1년 전보다 24% 넘게 올랐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읽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같은 자료에는 7월 한 달 서울에서 분양된 물량이 207가구였다는 사실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인천은 0가구였습니다. 19억이라는 평균을 만든 모집단이 그만큼 얇았다는 뜻입니다.
전국 864만원, 서울 2422만원
먼저 전체 그림입니다. 7월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당 864만원으로 전월 대비 0.72%, 1년 전보다 9.59% 올랐습니다. 4월 845만원, 5월 855만원, 6월 858만원, 7월 864만원으로 석 달 연속 상승했고 202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입니다.
지역을 나누면 온도가 갈립니다. 서울은 ㎡당 2422만원으로 전월 대비 3.09%, 전년 대비 24.16% 올랐습니다. 경기는 1141만원으로 전년 대비 18.57% 상승했습니다. 전국 평균이 한 자릿수 상승에 머무는 동안 수도권만 두 자릿수로 뛴 셈입니다.
국민평형으로 환산하면 전국 7억1820만원, 경기 9억5025만원, 서울 19억900만원대입니다. 서울과 전국의 격차는 약 2.7배입니다.
207가구라는 표본
여기서 앞의 지적으로 돌아옵니다. 7월 전국 분양 물량은 24개 사업장 1만3059가구로 전월보다 14% 줄었습니다. 그중 경기가 6779가구, 경남이 2869가구로 두 지역이 전체의 73.9%를 차지했습니다. 서울 몫은 207가구, 인천은 한 가구도 없었습니다.
월간 평균 분양가는 그달에 분양한 단지들의 값입니다. 서울처럼 표본이 200가구 남짓이면, 어느 자치구에서 어떤 단지가 나왔느냐에 따라 평균이 크게 흔들립니다. 실제로 같은 자료에서 서울 전용 84㎡ 분양가는 전월 대비 2.33% *하락*했습니다. ㎡당 단가는 3.09% 올랐는데 국민평형 값은 내린 것입니다. 두 숫자가 반대로 움직이는 건 통계가 틀려서가 아니라, 그달 표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서울 분양가 19억 돌파"는 추세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되, 이번 달에 확정된 시세로 받아들일 근거는 아닙니다. 방향은 분명히 위쪽이지만, 소수점까지 믿을 만한 숫자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형이 더 빨리 오르고 있습니다
오히려 눈여겨볼 대목은 면적별 온도차입니다. 서울 전용 59㎡ 평균 분양가는 15억6257만원으로 1년 전보다 26.7%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84㎡는 13.1% 상승했습니다. 소형이 중형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오른 것입니다.
전국 단위에서도 59㎡가 5억3072만원으로 8.68%, 84㎡가 7억1820만원으로 7.25% 올라 같은 방향입니다. 경기 59㎡는 6억7683만원입니다.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한도가 조여진 상황에서 수요가 진입 가능한 총액대로 몰리고, 공급자도 그 구간에 값을 붙이고 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국평이 부담되니 59㎡로 내린다"는 선택이 예전만큼 확실한 절약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실수요자 입장에서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평균이 아니라 해당 단지의 ㎡당 단가입니다. 서울 평균 19억은 참고선일 뿐입니다. 관심 단지의 공급면적 기준 단가를 인근 준공 5년 이내 아파트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분양가가 시세에 근접했다면 안전마진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둘째,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입니다. 같은 서울이어도 상한제 단지와 비적용 단지의 가격 결정 방식이 다릅니다. 최근 서울 분양가 상승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한강 인접 지역이 끌어올린 성격이 큽니다. 모집공고문에서 상한제 적용 여부와 전매제한·실거주 의무 기간을 함께 확인하십시오.
셋째, 보유 단계 비용입니다. 이달 세제개편안에서 실거주 여부에 따라 보유세를 차등 적용하는 방향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분양가만 계산하고 입주 이후 세금과 이자를 빼놓으면 자금계획이 어긋납니다.
한편 분양 심리는 이미 식고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 8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에서 수도권은 88.5로 전월 대비 14.0포인트 급락했습니다. 값은 오르는데 기대는 꺾이는 구간입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지금이 제일 싸다"는 말도, "곧 떨어진다"는 말도 근거가 얇습니다. 숫자의 출처와 표본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