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낸 자료 두 건이 잇따라 공개됐습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민간분양 350개 단지, 21만2892가구를 점검해 부정청약 1669건을 적발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검찰에 송치된 655건 가운데 당첨·계약 취소까지 끝난 것은 273건이었습니다. 적발은 늘었지만 그 자리가 다음 순번에게 돌아가기까지는 여전히 멀다는 뜻입니다.
열에 여덟은 주소를 옮겼습니다
유상범 의원실이 받은 자료를 보면 1669건 가운데 위장전입이 1380건(82.7%)이었습니다. 청약통장·입주자격 매매가 240건, 위장결혼·이혼이 47건, 자격 위조·조작이 2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위장전입이 압도적인 이유는 가점 구조에 있습니다. 민영주택 가점제에서 부양가족은 0명이면 5점, 한 명 늘 때마다 5점씩 올라 6명 이상이면 35점입니다. 84점 만점 가운데 가장 배점이 큰 항목이며, 함께 살지 않는 양가 부모 네 명의 주소만 옮겨도 20점이 붙습니다. 당첨선이 60~70점대에서 갈리는 인기 단지라면 결과를 바꾸는 점수입니다.
추세도 가파릅니다. 위장전입 적발은 2021년 157건에서 2024년 491건으로 세 배 넘게 늘었습니다. 강대식 의원실 자료로는 2024년 부정청약 499건 중 491건(98.4%), 지난해 상반기 251건 중 245건(97.6%)이 위장전입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부정청약이 사실상 위장전입과 같은 말이 된 셈입니다.
적발 이후가 더 느립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이 검찰에 넘긴 655건 가운데 당첨·계약 취소가 끝난 사례는 273건으로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294건은 소송이나 재판이 진행 중이고, 55건은 이미 선의의 제3자가 사들인 뒤여서 취소가 어려운 것으로 분류됐습니다.
부정청약이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계약 취소, 10년간 청약자격 제한이 뒤따릅니다. 규정은 무겁지만 집행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사이 분양권이 팔리거나 입주가 이뤄지면 되돌리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가점을 정직하게 쌓아온 무주택자에게는 적발 건수보다 이 숫자가 더 아픈 대목입니다.
'선착순'이라는 이름의 205건
같은 자료에는 청약자가 아니라 공급자 쪽 위반도 담겼습니다. 사업주체의 불법 공급이 215건 적발됐고, 이 중 205건(95.3%)은 선착순 계약을 내세워 물량을 임의로 넘긴 경우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유주택자라고 통보했는데도 계약한 사례가 9건, 미계약분을 받을 예비당첨자를 고의로 배제한 사례가 1건입니다.
구조적인 빈틈도 있습니다. 사업주체는 부적격 당첨 취소 명단만 부동산원에 통보하면 되고, 예비입주자 계약 대장 같은 공급 절차 증빙은 제출 의무가 없습니다. 현장점검을 받지 않은 단지에서는 잔여 가구가 누구에게 어떻게 넘어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유 의원은 미점검 사업장에도 계약 대장과 계약포기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이 숫자는 전수조사가 아닙니다. 350개 단지를 골라 점검한 결과입니다. 지금까지는 국토부·부동산원 인력 8명이 한 단지를 하루이틀 살펴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점검 밖의 단지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둘째, 검증은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점검 인력을 15명으로, 단지별 점검 기간을 3~5일로 늘리고 관련 예산도 2억6000만원에서 12억8000만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성인 자녀의 거주 요건을 부모와 같이 1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고, 자녀 직장 소재지와 부양가족의 전·월세 계약, 주택 소유 여부까지 확인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함께 사는 가족이라면 문제 될 일이 없지만, 주소와 생활 근거지가 다른 경우에는 소명 자료를 미리 챙겨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분양권을 사려는 분들은 '취소 곤란 55건'을 거꾸로 읽으셔야 합니다. 그 55건의 매수자는 선의를 인정받기까지 분쟁을 겪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매도인의 당첨 경위를 밖에서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거래 경위와 대금 지급 자료를 꼼꼼히 남겨 두는 것이 최소한의 방어입니다.
미계약 잔여 가구를 노리신다면 '선착순'이라는 안내만 믿기보다 청약홈 공고를 거친 물량인지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청약 경쟁률이 낮아진 올해에도 인기 단지의 당첨선은 여전히 높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취소 절차를 앞당길 방안이 논의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