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에도 올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11월 5일 발표한 11월 첫째 주(2일 기준) 통계에서 서울 매매가격은 0.07% 올라 91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동네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강남구는 0.39%, 서초구는 0.37% 내렸고 두 구 모두 13주째 하락했습니다. 송파구도 0.17% 내려 9주째 하락 중입니다. 서울 전체 지수는 오르는데 그 안에서 가장 비싼 곳부터 내리고 있습니다.
숫자로 본 '두 개의 서울'
이번 주 서울 상승은 외곽 중저가 지역이 이끌었습니다. 서대문구(0.31%), 성북구(0.30%), 금천구(0.30%), 중랑구(0.28%), 강북구(0.26%)가 상위권이었고, 노원·은평·영등포구는 오름폭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반면 강남구는 압구정동·개포동, 서초구는 반포동·잠원동, 송파구는 잠실동·문정동에서 하락이 나왔습니다. 서초구는 강남구에 이어 올해 누적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실거래가에서도 하락이 보입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정리한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압구정동 신현대9차 152㎡: 9월 75억원 → 10월 69억원 - 반포동 반포자이 165㎡: 9월 64억원 → 10월 60억원 - 잠실엘스 84㎡: 10월 1일 33억7000만원 → 약 2주 뒤 31억원 -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49㎡: 10월 초 20억2500만원 → 10월 29일 14억원
다만 한 건의 실거래가를 시세로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같은 단지라도 층과 향, 수리 상태에 따라 수억원씩 차이가 나고, 거래가 적을 때는 급매 한 건이 가격 흐름을 실제보다 크게 보이게 합니다. 특히 6억원 넘게 떨어진 성원대치2단지 사례는 이후 거래가 이어지는지 확인한 뒤에 판단하셔야 합니다.
왜 강남부터 내렸나
전문가들은 강남3구 하락이 시작된 시점을 8월로 봅니다. 이 시기에 두 가지 변화가 겹쳤습니다.
첫째는 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 3.00%로 만들었고, 10월 22일에는 동결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9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88%로 5개월 연속 올랐고, 201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집값이 비싸 대출 규모가 큰 지역일수록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둘째는 세금입니다. 8·3 세제 개편안이 나오면서 고가 주택을 보유하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퍼졌습니다. 강남 아파트 수요는 투자 성격이 강하고 보유세에 민감합니다. 보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값을 낮춘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도 "일부 단지에서 가격이 조정된 매물이 나오며 하락 거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외곽 중저가 지역은 대출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실수요가 받쳐주고 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규제와 증시 변동성으로 매수 여력이 줄고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쌓였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전월세 매물이 부족해 호가가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실수요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봤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이번 하락이 추세로 굳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판단에 도움이 될 지표는 세 가지입니다.
① 11월 26일 금통위. 올해 마지막 회의입니다. 10월 결정문에는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라는 표현이 남아 있습니다. 3.25%로 한 번 더 오르면 강남 고가 단지의 조정은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동결되면 하락폭이 줄어드는지부터 확인하시면 됩니다.
② 강남 전세. 서초구 전세는 12주째 내렸고, 송파구 전세도 약 8개월 만에 하락(-0.05%)으로 돌아섰습니다. 전세가가 함께 내려가면 매매가를 받쳐주는 힘이 약해집니다. 반면 성북구(0.41%)와 노원구(0.37%)처럼 전세가 강한 외곽 지역은 매매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③ 외곽 지역의 오름폭. 종로구는 0.35%에서 0.19%로, 도봉구는 0.32%에서 0.20%로 오름폭이 줄었습니다. 서울 전체 상승폭도 3주 연속 줄고 있습니다. 외곽까지 오름폭이 계속 줄면 '강남 하락, 외곽 상승'은 서울 전체가 숨을 고르는 과정의 초입일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강남이 내린다는 소식에 서두르기보다 원하는 단지에서 같은 평형의 거래가 잇따라 내려가는지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투자자라면 강남 하락이 외곽까지 번질지가 핵심입니다. 금리와 세금 부담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가장 비싼 곳부터 내린 흐름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경매 시장에서도 강남 물건의 감정가가 최근 시세보다 높게 잡혀 있는지 따져볼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