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줄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이 9월 23일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올랐습니다. 2023년 10월(128)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5로 8월과 같았습니다. 대출이 비싸질 것으로 보면서도 집값 기대는 꺾이지 않은 것입니다. 이번 조사는 9월 9~16일 전국 2226가구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두 지수가 말하는 것
두 지수 모두 100을 기준으로 봅니다. 100보다 높으면 "오를 것"이라고 답한 가구가 "내릴 것"이라고 답한 가구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뒤 집값을 묻습니다. 올해 3월 96으로 기준선 아래였는데, 4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7월에는 127까지 올라갔습니다. 2021년 9월(128)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8월에 125로 2포인트 내려왔고, 9월에도 125에 머물렀습니다. 2013~2025년 장기평균이 107이니 평균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33으로 가장 높았고, 6대 광역시와 기타 지역은 120 초중반이었습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6개월 뒤 금리를 묻습니다. 기준금리는 이미 올해 두 차례 연속 인상돼 연 2.50%에서 3.00%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128이 나왔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금리가 여기서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는 뜻입니다.
왜 엇갈렸나 — 끌어올린 힘과 누른 힘
한국은행은 집값 기대가 높게 유지된 이유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소비자는 전망을 할 때 최근에 본 가격을 많이 참고합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보면 9월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6% 올랐습니다. 상승폭은 3주 연속 줄었지만 오름세 자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누르는 힘도 있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입니다. 두 힘이 맞서면서 지수가 125에서 멈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결과는 "기대가 더 커졌다"기보다 "대책과 금리 인상에도 기대가 잘 줄지 않는다"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흐름이 같지 않습니다. 같은 주에 강남구는 0.36%, 서초구는 0.26% 내렸고 강북구는 0.56% 올랐습니다. 서울 전망지수 133은 서울 전체의 평균적인 분위기일 뿐입니다. 내 동네가 오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볼 것
첫째, 기대와 실제 거래를 따로 보세요. 전망지수는 설문 결과이지 실제 거래 가격이 아닙니다. 매수를 결정할 때는 관심 단지의 실거래가와 매물 수, 호가와 실거래가의 차이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대는 높은데 거래가 따라오지 않으면 그 기대는 호가에만 반영될 수 있습니다.
둘째, 금리는 한 번 더 오른다고 가정하고 계산하세요. 128은 소비자들이 금리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보여줄 뿐, 실제 인상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변동금리나 혼합형 대출을 쓸 계획이라면 금리가 1%포인트 더 올랐을 때 월 상환액이 얼마나 되는지 미리 계산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국은행은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 같은 취약차주에게 금리 인상 영향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셋째, 다음 달 수치를 보세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7월 127에서 2포인트 내려온 뒤 두 달째 멈춰 있습니다. 10월 조사에서 다시 올라가면 대책의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120 아래로 내려가면 기대가 식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주간 가격 통계에서 서울 상승폭이 계속 줄어드는지도 함께 확인하세요.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면서도 집값도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는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살 수 있는 사람이 줄기 때문입니다. 둘 중 어느 기대가 먼저 꺾이는지가 올가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