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에 접수를 받은 세 단지의 성적표가 이렇게까지 갈리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8월 10일 특별공급을 시작한 경기 김포시 고촌읍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는 특별공급 1228가구 모집에 402건이 접수됐습니다. 모집 가구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한 것입니다. 반면 하루 뒤 1순위를 받은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5-2생활권 '세종 우미린 센터파크'는 24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250건이 몰리며 평균 17.71대 1로 전 주택형을 마감했습니다. 같은 청약 시장, 같은 주의 일입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보이는 것
김포 단지의 특별공급 접수 402건은 유형별로 생애최초 136건, 신생아 103건, 신혼부부 74건, 다자녀가구 62건, 기관추천 19건, 노부모부양 8건이었습니다. 특별공급 물량 1228가구는 웬만한 중견 단지 하나의 전체 규모와 맞먹습니다. 그 물량을 한 번에 소화해야 했다는 뜻입니다.
세종은 특별공급에서도 436가구 모집에 1608건이 들어와 3.69대 1을 기록했고, 이어진 1순위에서 전용 84㎡A가 78가구에 1771건(22.71대 1), 전용 59㎡가 48가구에 986건(20.54대 1)을 기록했습니다. 민간분양 공급이 오래 뜸했던 지역에 나온 물량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같은 날 1순위를 받은 부산 남구 대연동 '두산위브더제니스 대연'은 결이 또 달랐습니다. 일반공급 123가구에 351건이 접수돼 평균 2.9대 1에 그쳤지만, 전용 59㎡만은 10가구 모집에 194건이 몰려 19.4대 1을 기록했습니다.
왜 갈렸나 — 분양가의 절대 금액
주택형별 최고 분양가를 비교해 보면 흐름이 잡힙니다. 세종 84㎡는 6억4560만원, 김포 84㎡는 7억7300만원, 부산 대연 84㎡는 10억9000만원 수준입니다. 김포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입주 전 전매도 가능하며 계약금은 1000만원 정액제로 문턱을 낮췄습니다. 조건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접수가 부진했던 배경으로는 세 가지가 지목됩니다. 첫째, 전용 84㎡ 이상 중대형으로만 구성돼 소형을 찾는 수요층이 아예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84㎡가 1775가구로 전체의 70%를 넘고, 106㎡ 9억5100만원, 122㎡ 11억8600만원, 180㎡ 29억9900만원으로 올라갑니다. 둘째, 2432가구라는 규모 자체가 경쟁률을 희석합니다. 셋째, 철도 접근성이 아직 과제로 남아 있고 입주는 2031년 1월입니다. 5년 뒤를 보고 계약금을 넣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곧 안전마진은 아닙니다. 상한제는 분양가의 상한을 규제할 뿐, 주변 시세와의 격차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인근 시세가 분양가와 붙어 있으면 상한제 단지라도 청약통장을 쓸 이유가 사라집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확인할 것
첫째, 특별공급 접수율을 먼저 보십시오. 특별공급은 1순위보다 하루 이틀 앞서 접수 결과가 공개되는 선행지표입니다. 특별공급이 모집 가구의 절반을 못 채웠다면 일반공급에서도 무순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잔여 물량을 노리는 실수요자에게는 무순위 청약을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둘째, 평균 경쟁률 대신 주택형별 경쟁률을 보십시오. 부산 대연 사례처럼 평균은 2.9대 1이어도 특정 소형 타입만 19.4대 1이 나올 수 있습니다. 평균 숫자 하나로 단지의 인기를 판단하면 정작 내가 넣을 타입의 당첨 가능성을 완전히 잘못 읽게 됩니다.
셋째, 지역별 공급 공백을 확인하십시오. 세종의 성적은 단지의 매력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민간분양이 없었다'는 조건이 만든 결과입니다. 최근 몇 년간 그 지역에 무엇이 얼마나 공급됐는지가 경쟁률의 절반을 결정합니다.
넷째, 계약 조건이 완화됐다면 그 이유를 물으십시오.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전매 가능 같은 조건은 수요자에게 유리하지만, 동시에 시행사가 판매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유리한 조건과 위험 신호는 종종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김포 단지의 1순위·2순위 접수 결과는 8월 20일 당첨자 발표를 전후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종과 부산 대연은 8월 19일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이번 주의 숫자들은 청약 시장이 전국 단위로 뜨겁거나 식는 국면이 아니라, 단지 하나하나의 가격·평형·입지로 잘게 쪼개져 판정받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통장을 쓸 곳을 고를 때, 지역이 아니라 단지를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